"노조와 임금협상을 벌일 때도 마주보지 않고 나란히 앉았습니다. 노사의 목표가 결국 같다는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서죠.GM대우 노사 문화를 국내 완성차 업계의 모범 사례로 만든 게 가장 큰 보람이었습니다. "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자동차 사장 겸 GM 부사장(57 · 사진)이 27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밝힌 소회다. 1976년 GM그룹에 입사해 33년간,2006년 GM대우 사장으로 부임해 3년간 일해온 그는 오는 10월1일 은퇴한다. 그리말디 사장은 이날 2011년 초까지 3종의 신차를 연속 출시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노사 목표는 결국 같다"

그리말디 사장은 GM대우를 경영하면서 노사 상생 문화를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노사관계를 선진화하려면 소통과 상호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며 "사장이 1년에 두 차례씩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직접 경영 현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고 소개했다. GM대우 노조는 최근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금 동결 및 복지 축소를 받아들였으며,신차발표회 때마다 참석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혀왔다.

그리말디 사장은 "점심 때 일반 직원들을 20여명씩 초대해 피자를 나눠 먹으며 허심탄회하게 토론했다"며 "GM대우만의 독특한 열린 문화가 노사 화합을 가져왔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GM대우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GM 본사에서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GM대우에 부임하기 직전 GM 캐나다법인을 경영했던 그리말디 사장은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 직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슬로건을 봤는데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며 "열정을 갖고 일하는 한국인들을 만난 뒤 한국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고 전했다. 그리말디 사장은 "몇 달 전 미국 본사로 출장갔을 때 뉴 GM 출범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다"며 "후진에 자리를 내주고 새 사업기회를 찾는 게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2011년 초까지 신차 3종 출시

GM대우는 오는 10월께 배기량 1800㏄짜리 엔진을 얹은 라세티 프리미어 최고급 모델을 출시하고,내년 중반에 준대형 세단을 추가하기로 했다. 준대형 세단은 독일 오펠 등 GM 계열사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11년 초엔 GM대우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다목적차량(MPV)을 내놓는다. 작년 10월 파리모터쇼에서 '시보레 올란도'란 이름으로 선보였던 모델이다. 국내에서 생산해 북미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같은 해엔 플러그인 전기차인 GM의 '시보레 볼트'를 들여와 시험 주행을 시작할 방침이다.

또 휘발유 및 경유 하이브리드카를 GM과 공동 개발,수년 내 국내외에 선보이기로 했다. 그리말디 사장은 "청라주행시험장을 완공하고 유기준 기술연구소 사장을 신규 선임한 것도 신차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라며 "GM의 글로벌 소형차 기지로서 차세대 소형차 및 경차 개발에도 이미 착수했다"고 말했다.

부산=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