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학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남아 있는 저술 가운데 4분의 1이 동물학에 관한 것일 정도로 유별났지요. 그의 특기는 정교한 관찰과 사색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의 신체 부위에 관하여》를 읽은 다윈은 그 책을 번역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린네와 퀴비에는 서로 달랐어도 둘 다 나의 우상이었건만 저 아리스토텔레스 노옹에 견주니 어린 학생에 지나지 않더군"이라고 썼다고 합니다. 다윈이 농담을 섞어 '어린 학생'이라고 말한 칼 폰 린네(1707~1778)도 큰 발자취를 남긴 박물학자죠.스웨덴의 의사이자 박물학자인 린네는 하느님이 자신에게 영감을 주며 자연의 질서를 세우라는 명을 내렸다고 믿고 '종속과목강문계'로 이어진 생물체 분류체계를 개발했습니다. 고래를 포유류로 분류한 최초의 학자도 그였지요.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코스모스》에서 자연계를 "모습이 사뭇 다른 피조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닮아가며 질서를 유지하면서 다양성의 통일을 이룬 아주 조화로운 하나"로 정의했습니다. 이런 온갖 피조물들을 발견하고,기술하고,분류해 '다양성의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은 바로 훔볼트와 같은 박물학자들의 몫이었습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하는 로버트 헉슬리가 엮은 《위대한 박물학자》(21세기북스)에는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해온 여러 박물학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최초의 박물학자라 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진화론을 완성한 찰스 다윈까지 고대부터 19세기까지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활동한 박물학자 40여 명의 삶과 성과가 흥미로운 삽화와 함께 실려 있지요.

박물학자들은 위대한 탐험가이기도 했습니다. 훔볼트는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에콰도르 등을 과학적으로 탐사하면서 식물지리학이라는 새로운 분과를 개척했고 다윈은 작은 돛단배 '비글 호'를 타고 남아메리카를 탐험한 이후 과학의 흐름을 바꿀 이론들을 탄생시켰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인간도 자연계를 이루는 한 요소일 뿐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당신은 자신의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얼마나 관찰력이 뛰어난 박물학자인가요?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