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바이오산업 육성과 도약에 획기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선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바이오분야 신규 참여를 꼽을 만하다. 삼성전자는 바이오 복제의약품,이른바 '바이오시밀러(Bio similars)'사업이 정부로부터 '신성장동력 스마트프로젝트'과제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제약 분야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차세대 수종사업의 하나로 바이오 분야를 채택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신규 진출은 국내 제약산업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그동안 세계시장에서 통할 만한 신약을 내놓지 못할 정도로 기술 수준이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제약분야 700여개 회사 중 연간 매출이 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기업들이 태반이며,선두 기업조차 8000억원을 넘지 못할 만큼 영세하기 짝이 없다.

정밀화학 등 기초 · 기반기술과 자본력을 갖춘 간판 대기업의 참여 없이는 바이오제약 산업의 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논리가 통용돼 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은 국내 바이오기업과 손잡고 앞으로 5년 동안 5000억원 상당을 투자하며,2011년까지 한 개 이상의 제품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데서도 이를 잘 확인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대목은 바이오시밀러 분야가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선정됐다는 점이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급속 성장하는 가운데 약값 부담이 엄청난 바이오신약 대신 이들과 효능은 비슷하면서도 값은 훨씬 저렴한 복제품을 찾는 사람이 급증할 것은 당연한 이치다. 초대형 매출품목인 블록버스터 항체치료제의 특허가 만료되는 2012년 이후에는 바이오시밀러 세계시장이 연간 4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업계 분석에서도 입증된다. 유럽연합(EU)은 생물의약품에 대한 시밀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운영 중이며,미국 또한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주요국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작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단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해 기술력과 설비 검증 등을 거친 뒤 한층 더 까다로운 기술과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신약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 등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삼성을 비롯 국내 제약사들이 과연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인성호르몬 등 1세대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 이미 산도스 등 해외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구조가 보다 복잡한 2세대 항체치료제 개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무엇보다 수년에 걸쳐 엄청난 투자를 통해 내놓은 제품이 제대로 팔릴지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한 다국적 제약사의 경영진은 8년에 걸친 노력 끝에 내놓은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시장의 0.1%도 차지하지 못해 결국 물러난 사례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업계는 바이오시밀러 사업 성공을 위한 전략을 보다 치밀하게 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 인성호르몬 등 개발이 용이한 제품의 기능을 향상시킨 개량신약 개념의 시밀러부터 개발할 필요도 있다. 지금의 기술 수준과 자본력으로는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만큼 산학연 체제 구축을 통해 연구개발능력을 끌어올리고 인수 · 합병 등을 통해 외형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