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한국시간) 네덜란드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아제르바이잔은 하키의 강호 러시아와 1대1로 비겼다. 하키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아제르바이잔이 빠른 시간 안에 하키 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었던 이면에는 아제르바이잔으로 귀화한 한국 낭자들이 있었다.

지난 27일 신미경(알리예바), 강명순(맘마도바) 등 총 6명의 한국 하키선수들이 '석유의 나라' 아제르바이잔으로 집단 귀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 아제르바이잔의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 특히 신미경은 우리나라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4년 시드니올림픽 당시 대표팀에서 활약할 정도로 명성 있는 선수다.

이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고 서남아시아의 한 하키 불모지로 가게 된 것은 한국 하키의 열악한 환경 때문이다. 한국 실업팀에서는 열심히 뛰어도 한달에 150만원 안팎 밖에 벌지 못하는 형편.반면 아제르바이잔에서 활동하면 300~400만원의 봉급을 받을 수 있다보니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특히 아제르비이잔은 경제와 체육을 함께 발전시키려고 애쓰고 있어, 한국 선수들이 하키 선수로 활동하기에 좋은 환경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아제르바이잔은 올해 초 한국 남자 하키 대표팀의 사령탑을 역임한 전재홍 감독까지 영입했다.

한국 낭자들을 주축으로 한 아제르바이잔 하키 대표팀은 지난해 올림픽 최종예선 결승까지 올랐지만 스페인에 아쉽게 2대3으로 패해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대한하키협회 김계수 전무는 "국제하키연맹과 아제르바이잔의 부탁으로 한국 선수가 건너간 것은 사실"이라며 "국가대표 출신으로 은퇴했거나 은퇴를 고민 중인 선수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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