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 간의 미묘한 '주고 받기'가 이어지고 있다. 북 · 미 양자대화를 위한 정지작업 차원인지 주목된다.
미국의 소리(VOA) 및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조 · 미 민간교류협회' 소속 북한 관계자 4명이 지난 15~19일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의 초청으로 미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다고 27일 보도했다.

북한의 민간교류단체는 북한 정부가 운영한다는 점에서 지난 4월과 5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북 관리가 미국을 방문한 것이다. 앞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미 정부 대표가 아니라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방북해 미 여기자 2명을 무사 귀환시켰다.

월드비전의 빅터 슈 북한사업국장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최일 조 · 미교류협회 부회장 등 북한 관계자 4명이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월드비전의 글로벌센터와 또 다른 구호단체인 오퍼레이션USA의 의약품 창고를 방문해 사업계획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북 · 미관계가 악화되자 지난 3월 미국의 식량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통보했다. 북한 내에서 식량배급을 지원하고 배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미국의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에게 철수를 요구했다.

VOA는 북한 대표단이 대신 방미 기간 중 어린이들을 위한 두유 공급,밀가루와 콩 지원 등의 사업을 계속하고 황해북도에서 이동식 식수 공급사업도 시작키로 월드비전과 합의했다고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 대표단이 방미 기간에 미 정부와 직접 접촉은 없었다"면서 "말은 민간 교류이나 미국이 북한을 조금 풀어주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이번 방미를 북 · 미 대화와 연계시키는 것은 섣부른 예단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일 부회장은 지난 2월 구호단체 머시모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지원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미 정부는 현재 양국 간의 정치적인 대화 진행과 인도주의적인 민간 교류 사이에 엄격한 칸막이를 쳐놓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