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 산하에 새로 설립되는 국제복싱발전재단(FBB:Foundation for Better Boxing)의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김 회장은 29일 이탈리아 밀라노 현지에서 열리는 취임식에 참석하는 등 스포츠 외교활동을 벌이기 위해 28일 출국했다. AIBA는 2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FBB 창설과 초대 이사장 선임에 대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 행사에는 우칭궈 AIBA 회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25명 등 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화 측은 당초 김 회장이 그룹경영에 매진하기 위해 이사장 취임 제안을 거절했지만,AIBA측의 거듭된 요청과 한국 스포츠 외교의 지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변의 권고로 이사장직을 수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1982년부터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 회장,아시아 복싱연맹회장,AIBA 부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세계 복싱 발전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 회장의 복싱 사랑은 남다르다. 학창시절부터 복싱을 좋아했고,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 회장을 맡았던 15년(1982~1997년)간 선수 훈련비,외국코치 초빙,포상금 등으로 매년 수억원을 지원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메달 불모지'였던 한국 복싱은 중흥기를 맞기도 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2체급 석권 등 김 회장이 복싱연맹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각종 세계 대회에서 한국 복싱이 따낸 메달은 금메달 209개,은메달 112개,동메달 188개에 달했다.

FBB는 개발도상국과 빈민국의 복싱 발전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AIBA 산하의 비영리 재단으로 스위스에 본부가 있다. 이사장 임기는 4년이다. FBB 이사장은 전세계 복싱 꿈나무 육성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심사 · 선정하고 재정적 지원을 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 회장은 취임식 이후 30일 열리는 AIBA 총회,AIBA 자문위원회 등에 FBB 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31일에는 '밀라노 2009 세계복싱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석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