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하반기 공채가 이번 주부터 잇따라 시작된다. 한국경제신문과 취업정보업체인 잡코리아가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그룹의 하반기 전체 채용규모는 1만500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경기 회복세가 두드러지면서 채용 열기는 당초 예상보다 뜨겁다. 삼성그룹이 나이 제한을 없애는 등 그룹별로 채용 절차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주에 이어 주요 그룹별 채용 절차와 특징을 소개한다.

◆현대자동차=서류전형 후 인적성검사인 HKAT와 다양한 면접전형을 거쳐 인재를 선발한다. 면접전형은 실무면접과 영어면접,경영진 면접 등 3단계로 진행한다.

실무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책임감,조직 적응력 등을 평가하기 위해 심도 있는 주제의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모집 부문에 따라 질문의 주제와 형식이 달라진다. 연구개발 및 생산부문 지원자에게는 전공지식 위주의 질문을 한다. 일반 사무와 영업 부문 지원자에게는 면접 직전에 한 가지 주제를 주고 이를 토대로 찬반토론을 진행한다.

경영진 면접에서는 지원자가 가진 가치관과 인성 및 품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영어면접 때는 원어민이 직접 심사를 하고 일상적인 회화가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며,그 결과에 따라 종합점수를 매긴다.

◆CJ=채용절차는 서류전형-인지능력평가,BJI테스트-임원면접(집단토론)-역량면접 순으로 이뤄진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올해 상반기부터 영어말하기 시험(OPIc/토익스피킹) 성적 제출을 의무화했다는 것이다.

CJ는 직원 채용시 역량면접을 중시한다. 부장급 면접관 두명이 지원자 1명을 대상으로 한 시간 동안 면접을 보며 이때 지원자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질문을 한다. 과거의 경험을 보는 이유는 미래에도 유사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평가기준은 CJ의 6가지 가치(고객,팀워크,존중,창의,도전,정직)에 맞는 행동양식을 보였는지를 관찰한다.

채용단계에서는 자체 개발한 인지능력 평가와 BJI(Business Judgment Inventory) 테스트가 유명하다. 인지능력 평가는 13분 동안 50문항에 답하는 방식이다. BJI테스트는 일부러 시간을 짧게 주고 순간 집중력에 의한 문제풀이 능력을 평가한다. 어휘,문장이해,산술추론,공간지각 등의 문제가 출제된다. 비즈니스 상황에서의 가치판단을 평가하는 것으로,CJ의 6가지 가치가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는 업무상황을 제시하고 지원자의 판단을 사지선다형으로 묻는다. 25분 동안 20문항이 출제된다.

◆포스코=면접 전형이 매우 까다로운 기업 중 하나다.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1박2일 합숙면접을 진행한다.

합숙면접에서는 최소 다섯 차례 이상의 면접이 진행된다. 프레젠테이션 면접에서는 제시된 업무과제를 분석,발표,질의응답하는 과정을 통해 업무 수행능력을 검토하고,그룹 토론에서는 조직적 업무역량을 살펴본다. 이어 인사담당자가 직무적합성을 검증하고 현업 전문위원(팀장급)이 전공지식을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사내 외국인 영어강사의 인터뷰가 진행된다. 지원자들을 탐색하기 위해 깜짝 테스트를 하기도 한다.

포스코는 지원자의 사회활동 경험이나 과외 연구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학업성적만으로는 개인의 역량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면접에서는 현학적 표현을 쓰는 지원자보다 분명한 입사 동기를 밝히고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상의 가치에 적합한가를 평가한다.

◆두산=지원자들이 작성한 입사지원서를 상당히 꼼꼼히 검토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채용 절차에서 큰 변화를 시도했다. 첫째는 입사지원서 작성시 두산 바이오 데이터 서베이에 응시해야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토익 또는 토플점수 제한을 없앤 대신 영어말하기 시험 성적 제출을 의무화한 것이다. 두산 바이오 데이터 서베이란 인적성검사의 사전 테스트 개념이다. 130개 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서류전형 통과 후 지원자들은 두산종합적성검사(DCAT)를 치러야 하며 그 후 1차 면접과 프레젠테이션 면접,2차 회장단 면접 순으로 채용 절차가 진행된다.

◆신세계=반드시 인턴십을 거쳐야 한다. 매년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두 차례 인턴사원을 선발한다. 막연하게 입사한 뒤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는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 인턴직을 선발해 방학기간에 6주간 실습을 시킨다. 인턴사원은 매장관리부터 상품관리 및 진열, 검수 등 현장을 두루 체험하고,현장실습이 끝나면 두 차례 정도 과제를 수행한다. 이후 그룹 계열사 견학과 기존사원과의 멘토-멘티 활동으로 구체적인 업무를 경험해 본다. 채용 시에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가치배분을 해주는 유통업의 특성상 봉사활동이나 아르바이트 등 사회경험을 중요하게 본다.

'에세이 전형'이 이색적이다. 면접 대기시간 중 작성해야 하는 시험으로 A4용지 2장을 주고 신세계 백화점에 관련된 주제를 부여해 자유롭게 기술하도록 한다. 올해 채용시스템에서 달라지는 점은 이마트 부문도 영어구술 시험을 보는 것이다. 시험은 사내 원어민 수준의 직원들이 6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20~25분가량 실시한다.

◆KT=지금까지 시행하던 직무별 역량면접과 프레젠테이션 면접에 이어 올해 그룹토론 면접을 새로 도입했다. 서류전형 합격자 규모를 확대하면서 면접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다. 직무별 역량면접 중에서는 시뮬레이션 면접이 눈에 띈다. 이 면접은 지원자의 행동패턴을 관찰하면서 지원자의 태도와 역량을 평가하는 BEI(Behavior Event Interview) 기법에 의해 점수를 매긴다. BEI기법은 KT의 사원 가운데 높은 성과를 내는 이들의 핵심 역량을 추출한 뒤 지원자에게 이런 가능성이 보이는지를 관찰하는 방법이다. 이어 여러 개의 그림을 보여주고 생각을 묻는 등 가상의 상황을 제시하고 평가하는 시뮬레이션 기법도 활용된다.

어학실력 평가는 채용하는 사업부문에 따라 차이를 둔다. 글로벌 사업부문은 일부 영어로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본다. 하지만 일반부문에서는 별도의 영어인터뷰가 없다. 단 이력서에 제2외국어가 능통하다고 적은 지원자의 경우 면접관이 외국어로 자기소개나 노래를 시키기도 한다.

KT-KTF 합병 이후에도 채용은 사업부문별로 일부 독립성을 갖는다. 채용전형은 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실무진 면접, 임원면접 등 기존 KT 채용전형에 바탕을 둔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