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세 번째 신종 인플루엔자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신종플루 위험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책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28일 공정택 서울교육감이 찾아간 서울 신당동 광희초등학교에서는 체온계 3개로 450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발열 상태를 확인하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27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방문한 신용산초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신용산초교는 이날도 14개의 체온계로 2000명이 넘는 학생들을 검사하는데 한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나마 장관과 교육감이 방문한 이들 학교를 제외하고는 '전국 모든 학교에서 매일 등교하는 학생들의 발열상태를 확인하겠다'는 교과부 지침을 따른 학교는 거의 없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정부 발표를 보고 학교에 있는 체온계를 확인해 봤는데 1개밖에 없었다"며 "학교 현장을 모르고 무조건 정책을 발표한 것 같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학교 및 학원에 대한 관리 감독에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날 울산의 모 고등학교는 3학년 학생 중 한 명이 신종플루 확진환자인 것을 알고도 전날 중간고사를 치르게 한 사실이 알려져 울산 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

이 학교 교감은 "확진 내용을 알고 있었으나 지역의 다른 병원에선 감기 정도로 괜찮다고 했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시험을 안 보면 불이익을 당한다고 호소해 불가피하게 시험을 치르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게 학생과 학부모들의 지적이다.

학원의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교과부 관계자는 "강제로 학원에서 신종플루 환자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하지만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돼 있어 이를 어기면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플루에 걸린 학생이 학원에 가도 학원 측이 적극적으로 확인해 신고하지 않으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 밖에도 교과부는 신종플루에 걸린 수험생들이 수시1학기 전형 및 중간고사 등 시험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신종플루는 경찰서 유치장도 뚫었다. 지난 24일 부산진경찰서 유치장에 구속 수감된 피의자 김모씨는 25일 신종플루 의심환자로 분류됐지만 경찰은 이틀 동안 김씨를 유치장에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씨가 27일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자 관련 경찰관과 수감자 전원이 체온을 측정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김씨는 형집행 정지로 석방됐다.

이재철/김일규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