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이패스 단말기 동생차에 왜 못달아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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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公 "1車 1대" 권유…이용자 구입비용 '부담'
"요금소 일반차로 혼잡만 더해"…체증 되레 부채질
"요금소 일반차로 혼잡만 더해"…체증 되레 부채질
미국 뉴욕에서 3년간의 주재원 생활을 끝내고 지난 5월 귀국한 김모씨(42).지난 주말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남춘천 나들목에서 빠져나가는 데만 30분 이상 걸렸다. 하이패스 차로는 텅텅 비어 있는데 일반요금 정산소 차로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보니 짜증이 나면서 국내 '하이패스 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미국에선 신용카드 크기의 전자태그만 달면 요금정산이 끝나는데 왜 비싼 단말기를 사야 되는지,단말기는 왜 바꿔 달 수 없는지 등이 궁금했다. 이용 차량이 많지 않은 하이패스 차로를 없애면 옆 일반차로에 밀린 차량이 더 빨리 요금소를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이패스 차로가 정말 교통정체를 줄여주는지도 의문스러웠다.
◆전자태그 왜 안되나
2000년 도입 이후 이용률(전체 요금소 통과 차량 중 하이패스 이용 차량 비율)이 40%를 넘어서고 단말기 280만대가 보급된 하이패스(Hi-pass · 고속도로 전자통행료징수시스템)에 대한 자가운전자들의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싼 단말기를 구입해도 까다로운 등록 절차 탓에 문턱이 높은 '하이패스(High-pass)'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하이패스가 한국도로공사의 인건비 등 비용 절감에는 효자 노릇을 하지만 일반 이용객에게는 불편을 안겨주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미국의 고속도로 전자통행료 징수 방식인 '이지패스'는 단순 · 간결하다. 교통카드 크기의 전자태그(RFID)를 사서 차량 유리창에 부착하고 통행료 계좌만 따로 만들면 끝이다. 요금정산소의 어떤 차로를 지나도 정보를 인식해 개인 계좌에서 요금이 빠져나가는 식이다. 국내처럼 하이패스 차로는 텅텅 비고 일반차로는 밀리는 병목현상을 찾아 볼 수 없다.
한국도로공사도 2000년 하이패스 도입을 앞두고 미국식 전자태그 방식을 검토한 적이 있다. 도공 관계자는 "전자태그 방식은 통행료 징수 누수가 발생할 수 있어 정확도 99.9%에 이르는 하이패스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랐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전자태그 방식이나 현재 하이패스 시스템이나 초기 투자 비용은 크게 차이 나지 않고 인식률도 비슷하다"며 "이 시스템을 도입해 덕을 보는 곳은 단말기 제조업체뿐"이라고 말했다.
법제처는 작년 11월 '하이패스 이용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하이패스 사업으로 도로공사의 운영비를 줄일 수 있지만 이용자들은 고가의 단말기 구입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하이패스 이용자의 비용 부담이 적은 '차량번호인식 시스템'과 '무선인식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단말기,가족 간 공유 왜 안되나
한국도로공사는 차량 1대당 단말기 1대 구입을 '강권'하고 있다. 바꿔 부착할 경우 도난이나 분실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가 있고,특히 일부 화물차 소유주들이 통행료를 아끼기 위해 편법을 쓸 수 있다는 게 도로공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바꿔 달기'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한국도로공사도 이를 인정했다. 공사 측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쏘나타에 달았던 단말기를 SM5에 단다고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며 "단지 화물차들이 악용할까 우려해서"라고 털어놨다.
분당 정자동에 사는 신모씨(34)는 "아버지 회사차와 결혼한 형님,저까지 단말기를 3대 구입했다"며 "호환이 가능한데도 굳이 단말기 제조업체도 아닌 도로공사가 차량 1대당 단말기 1대를 사라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의아해 했다.
◆교통체증 줄어드나
최근 개통된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이용해 보면 하이패스의 문제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남춘천 나들목은 2개 차로뿐이다. 한 개 차로는 하이패스 차로이며 나머지 하나는 일반차로.문제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주말엔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는 차량은 찾아보기 힘들고 옆 일반차로를 통과하려는 차량은 붐벼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다.
법제처가 작년 말 보고서에서 "도로공사의 하이패스 시스템은 일반 요금소 차로의 증설을 억제해 일반 요금소의 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 현실화된 셈이다. 도로공사 측은 "교통체증은 요금소 앞에서 겪는 착시현상"이라며 "실제로 전체 요금소 통과시간은 줄어들었다"고 해명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
미국에선 신용카드 크기의 전자태그만 달면 요금정산이 끝나는데 왜 비싼 단말기를 사야 되는지,단말기는 왜 바꿔 달 수 없는지 등이 궁금했다. 이용 차량이 많지 않은 하이패스 차로를 없애면 옆 일반차로에 밀린 차량이 더 빨리 요금소를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이패스 차로가 정말 교통정체를 줄여주는지도 의문스러웠다.
◆전자태그 왜 안되나
2000년 도입 이후 이용률(전체 요금소 통과 차량 중 하이패스 이용 차량 비율)이 40%를 넘어서고 단말기 280만대가 보급된 하이패스(Hi-pass · 고속도로 전자통행료징수시스템)에 대한 자가운전자들의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싼 단말기를 구입해도 까다로운 등록 절차 탓에 문턱이 높은 '하이패스(High-pass)'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하이패스가 한국도로공사의 인건비 등 비용 절감에는 효자 노릇을 하지만 일반 이용객에게는 불편을 안겨주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미국의 고속도로 전자통행료 징수 방식인 '이지패스'는 단순 · 간결하다. 교통카드 크기의 전자태그(RFID)를 사서 차량 유리창에 부착하고 통행료 계좌만 따로 만들면 끝이다. 요금정산소의 어떤 차로를 지나도 정보를 인식해 개인 계좌에서 요금이 빠져나가는 식이다. 국내처럼 하이패스 차로는 텅텅 비고 일반차로는 밀리는 병목현상을 찾아 볼 수 없다.
한국도로공사도 2000년 하이패스 도입을 앞두고 미국식 전자태그 방식을 검토한 적이 있다. 도공 관계자는 "전자태그 방식은 통행료 징수 누수가 발생할 수 있어 정확도 99.9%에 이르는 하이패스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랐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전자태그 방식이나 현재 하이패스 시스템이나 초기 투자 비용은 크게 차이 나지 않고 인식률도 비슷하다"며 "이 시스템을 도입해 덕을 보는 곳은 단말기 제조업체뿐"이라고 말했다.
법제처는 작년 11월 '하이패스 이용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하이패스 사업으로 도로공사의 운영비를 줄일 수 있지만 이용자들은 고가의 단말기 구입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하이패스 이용자의 비용 부담이 적은 '차량번호인식 시스템'과 '무선인식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단말기,가족 간 공유 왜 안되나
한국도로공사는 차량 1대당 단말기 1대 구입을 '강권'하고 있다. 바꿔 부착할 경우 도난이나 분실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가 있고,특히 일부 화물차 소유주들이 통행료를 아끼기 위해 편법을 쓸 수 있다는 게 도로공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바꿔 달기'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한국도로공사도 이를 인정했다. 공사 측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쏘나타에 달았던 단말기를 SM5에 단다고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며 "단지 화물차들이 악용할까 우려해서"라고 털어놨다.
분당 정자동에 사는 신모씨(34)는 "아버지 회사차와 결혼한 형님,저까지 단말기를 3대 구입했다"며 "호환이 가능한데도 굳이 단말기 제조업체도 아닌 도로공사가 차량 1대당 단말기 1대를 사라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의아해 했다.
◆교통체증 줄어드나
최근 개통된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이용해 보면 하이패스의 문제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남춘천 나들목은 2개 차로뿐이다. 한 개 차로는 하이패스 차로이며 나머지 하나는 일반차로.문제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주말엔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는 차량은 찾아보기 힘들고 옆 일반차로를 통과하려는 차량은 붐벼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다.
법제처가 작년 말 보고서에서 "도로공사의 하이패스 시스템은 일반 요금소 차로의 증설을 억제해 일반 요금소의 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 현실화된 셈이다. 도로공사 측은 "교통체증은 요금소 앞에서 겪는 착시현상"이라며 "실제로 전체 요금소 통과시간은 줄어들었다"고 해명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