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에서 주택의 경제적 의미는 확연히 다른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집값이 소비와 밀접히 연계돼 있습니다. 집값이 오른 만큼 담보가치가 올라가고,이를 토대로 돈을 더 빌려 소비하는 행태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미국에서 집값이 떨어지면 담보가치 하락분만큼 갚아야 하고 이로 인해 소비를 줄여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2년여 전 세계 경제를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도 집값 하락에서 촉발됐습니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전제로 해서 저신용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돈을 빌려준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집값이 소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던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는 소비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집값이 오른 만큼 대출을 받아 소비를 늘린 경우도 꽤 있겠지만 이자를 갚느라 오히려 소비를 줄인 사례도 상당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주택가격이 급락했지만 이로 인해 국내경기가 추가로 타격을 입지는 않았습니다.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집값과 경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 듭니다.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에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해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월 4조원을 넘어서는 등 집값 불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택가격 불안이 경기 회복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보다는 물가불안과 임금인상 압력을 야기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판단입니다.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는 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확산된다면 어떤 대책도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렵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부동산 기대심리를 오히려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n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