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1년] (1) 줄어든 'FOR SALE' 간판…40만弗 하던 집 석달만에 44만弗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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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 켜는 LA 주택시장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지역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있는 미구엘 마르티네스(48)는 도심에서 자동차로 45분 거리인 밸리(Valley)지역의 집을 지난 5월 팔 생각이었다. 1991년 20만달러에 사서 2006년 가을 55만달러까지 올랐던 호시절을 생각하면 속이 쓰리지만 집값이 많이 떨어진 요즘이 학군이 좋은 오렌지 카운티 근처로 옮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마르티네스는 방 3개,화장실 2개짜리 집을 당시 31만달러에 내놨다. 이틀이 채 안 지나 매수자가 나타났다. 매수자는 깎을 생각도 없이 31만달러에 계약했다. 하지만 매수자가 곧바로 실직하는 바람에 거래는 없던 일이 돼버렸다(LA에선 거래 후 17일 안에는 위약금 없이 취소가 가능하다).마르티네스는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친 것 같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6월 초 가격을 33만달러로 올렸다. 가격을 올렸는데도 사겠다는 사람이 바로 나섰다.
마르티네스는 집이 팔리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오렌지 카운티 인근의 40만달러 수준 주택을 찾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도 못 구했다. 5월 중 · 하순만 하더라도 방 3개,화장실 2개짜리 집을 40만달러 정도면 살 수 있었지만 이제 44만달러 근처까지 올랐다. 그나마 매물이 거의 없다. 은행들이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내놓았던 물건들을 거둬들이고 있어서다.
LA 주택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집값이 2006년 하반기부터 3년 동안 수직 낙하하자 매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외곽의 30만~40만달러 수준 중저가 주택은 하루가 다르게 호가가 뛰고 있다. 최근 석 달간 10% 이상 반등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이곳의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먼저 떨어질 만큼 떨어진 것 아니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마르티네스의 집은 고점 대비 하락률이 44%에 이른다. LA의 평균 주택가격 하락률도 40%.이는 미국 전체 주택시장의 최근 3년간 고점 대비 하락률 33%(S&P 케이스실러 지수 기준)와 비교하면 훨씬 더 큰 것이다.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택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전체적으로 2분기 주택가격은 2.9% 상승했다. 분기 기준으로 상승세를 보인 것은 3년 만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작년 말부터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가정에 8000달러의 세제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중저가 주택의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늘고 있다.
매매가격이 소폭 반등하면서 월세도 오르고 있다. 한국 교민과 주재원들이 주로 사는 중산층 지역인 라 크레센터,란초 팔로스 베르데스 등의 경우엔 방 3개,화장실 2개짜리 주택의 월세가 2007년 초 3500달러에서 올초 300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엔 3100~3200달러로 올랐다. 이 때문에 7월 한국에서 발령받은 한 기업체 직원은 2800~3000달러짜리를 찾고 있는데 아직까지 집을 구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50만달러 이상 중고가 주택의 경우 아직 매수세가 강하지 않다. 높은 실업률에다 은행이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춰 많은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LA 지역 은행들은 2007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LTV를 80%까지 적용했으나 이제는 65%로 낮춰 대출금 자체를 줄이고 있다. 게다가 2년치 세금 납부 내역,최근월의 월급 등 소득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있어 거액 대출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상가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이다. 부동산감정평가법인인 암코의 폴 러셀 대표는 "주택가격은 2006년 7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지난해 9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본격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 개발 및 투자회사인 카운슬 록의 류기열 이사는 "상업용 부동산은 내년까지도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선 재대출(re-financing)을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류 이사는 다만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자산유동화대출창구(TALF)에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한 자금 지원 요청이 처음으로 접수됐다"며 "FRB가 자금을 내주기 시작하면 상업용 부동산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마르티네스는 방 3개,화장실 2개짜리 집을 당시 31만달러에 내놨다. 이틀이 채 안 지나 매수자가 나타났다. 매수자는 깎을 생각도 없이 31만달러에 계약했다. 하지만 매수자가 곧바로 실직하는 바람에 거래는 없던 일이 돼버렸다(LA에선 거래 후 17일 안에는 위약금 없이 취소가 가능하다).마르티네스는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친 것 같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6월 초 가격을 33만달러로 올렸다. 가격을 올렸는데도 사겠다는 사람이 바로 나섰다.
마르티네스는 집이 팔리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오렌지 카운티 인근의 40만달러 수준 주택을 찾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도 못 구했다. 5월 중 · 하순만 하더라도 방 3개,화장실 2개짜리 집을 40만달러 정도면 살 수 있었지만 이제 44만달러 근처까지 올랐다. 그나마 매물이 거의 없다. 은행들이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내놓았던 물건들을 거둬들이고 있어서다.
LA 주택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집값이 2006년 하반기부터 3년 동안 수직 낙하하자 매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외곽의 30만~40만달러 수준 중저가 주택은 하루가 다르게 호가가 뛰고 있다. 최근 석 달간 10% 이상 반등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이곳의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먼저 떨어질 만큼 떨어진 것 아니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마르티네스의 집은 고점 대비 하락률이 44%에 이른다. LA의 평균 주택가격 하락률도 40%.이는 미국 전체 주택시장의 최근 3년간 고점 대비 하락률 33%(S&P 케이스실러 지수 기준)와 비교하면 훨씬 더 큰 것이다.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택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전체적으로 2분기 주택가격은 2.9% 상승했다. 분기 기준으로 상승세를 보인 것은 3년 만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작년 말부터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가정에 8000달러의 세제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중저가 주택의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늘고 있다.
매매가격이 소폭 반등하면서 월세도 오르고 있다. 한국 교민과 주재원들이 주로 사는 중산층 지역인 라 크레센터,란초 팔로스 베르데스 등의 경우엔 방 3개,화장실 2개짜리 주택의 월세가 2007년 초 3500달러에서 올초 300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엔 3100~3200달러로 올랐다. 이 때문에 7월 한국에서 발령받은 한 기업체 직원은 2800~3000달러짜리를 찾고 있는데 아직까지 집을 구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50만달러 이상 중고가 주택의 경우 아직 매수세가 강하지 않다. 높은 실업률에다 은행이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춰 많은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LA 지역 은행들은 2007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LTV를 80%까지 적용했으나 이제는 65%로 낮춰 대출금 자체를 줄이고 있다. 게다가 2년치 세금 납부 내역,최근월의 월급 등 소득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있어 거액 대출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상가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이다. 부동산감정평가법인인 암코의 폴 러셀 대표는 "주택가격은 2006년 7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지난해 9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본격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 개발 및 투자회사인 카운슬 록의 류기열 이사는 "상업용 부동산은 내년까지도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선 재대출(re-financing)을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류 이사는 다만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자산유동화대출창구(TALF)에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한 자금 지원 요청이 처음으로 접수됐다"며 "FRB가 자금을 내주기 시작하면 상업용 부동산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