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은행들은 요즘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느라 바쁘다. 2분기 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치(-1.5%)를 뛰어넘는 -1.0%로 잠정 집계된 데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후퇴가 끝나가고 있다"고 말하자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첫 테이프를 끊은 곳은 JP모건.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5%(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에서 3.0%로 높였다. 분기별 수치로는 최근 2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계가 발표된 가장 최근월인 지난 6월의 산업생산이 5월 대비 0.4% 감소에 그친 점에 주목했다. UBS는 3분기뿐 아니라 4분기 성장률 전망치도 높여 각각 2.5%와 3.0%로 내다봤다. 재고 조정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하반기엔 생산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에서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경우 아예 3분기 성장률을 1%포인트 높여 3.5%로 제시했다. 3.5%의 성장률은 미국의 잠재성장률 2.5~3.0%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바클레이즈 본사에서 만난 미셸 마이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이미 6월 말에 바닥을 쳤고 7월 초부터 회복을 시작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바클레이즈는 자동차에 대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높은 점수를 줬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중고차를 폐차하고 연비가 좋은 신차를 구입할 경우 최대 4500달러까지 현금으로 지원하는 '중고차 현금보상제도'를 시작했다. 10일 만에 10억달러의 예산이 모두 동났다. 이 때문에 미국의 자동차 생산은 7월 중 20%나 늘었고 이에 힘입어 7월 산업생산은 9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미국 정부는 '중고차 현금보상제도'에 현재 20억달러의 예산을 추가 배정해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월가는 이제 내년 성장률을 예측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JP모건과 크레디트스위스는 내년 성장률을 각각 2.9%와 2.8%로 제시해 올 하반기 성장 탄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내년 성장률이 2.0%에 그칠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올 3분기와 4분기 각각 3.0%에서 내년 1분기와 2분기엔 2.0%로 둔화되고 3분기와 4분기엔 다시 1.5%로 낮아진다는 예측이다. 최근 들어 생산이 늘어난 것은 재고 조정의 영향인데 수요가 늘지 않은 상황에서 재고 조정만 이뤄졌다면 생산 증가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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