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디자인 신현돈 조경설계 서안㈜ 소장


서울 광화문광장이 지난 1일 문을 연 지 꼭 한 달이 됐다. 일제 시대엔 비뚤어진 서울 상징축의 시발점이었으며 해방 이후 개발연대 땐 시민들의 접근조차 허용치 않은 채 권위적인 공간으로 국민을 압도하던 곳이었다. 그러던 이 곳에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지난 29일까지 213만여명이 광장을 찾았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열린 공간이었던 육조거리를 재현하면서 한국의 역사 중심축을 되찾았다는 의미까지 더해져 광화문광장은 이미 도심의 최대 명소로 자리잡았다. 최근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도심 광장들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치집회 허용 여부를 놓고 정부 및 서울시와 일부 시민단체들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광화문광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비판하기도 한다. 광장이 차도로 단절돼 시민들의 일상적인 소통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3년간에 걸쳐 광화문광장의 설계를 총지휘한 조경설계 서안㈜의 신현돈 소장(50)을 서울 도곡동 그의 사무실에 만나 바람직한 광장문화는 어떤 것인지를 들어봤다.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찾고있지만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이 차도에 의해 고립됐다는 의견이 많은데.

"광화문광장은 1995년 헐어낸 중앙청(조선총독부)-서울시청(경성부청)-남산식물원(조선신궁)으로 이어졌던 일제축을 바로잡고 조선시대 한양의 핵심 거리이자 광장인 육조거리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데 우선적인 의미가 있어요. 이를 기본으로 당초 세 가지 방법이 검토됐었죠.광장을 도로의 양쪽에 두는 방안과 세종문화회관 앞쪽으로 붙이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그 중에서 광장을 도로 중앙에 두는 것을 시민들이 대체로 선호했어요. 시민들이 광장으로 쉽게 갈 수 있도록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광화문광장을 지하 램프로 연결하고 지상엔 횡단보도를 놓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고립된 측면이 없지 않아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광화문 양쪽에 있는 중앙정부청사와 미국대사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건물 자리가 도심 광장이나 공원으로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광화문광장과 이들 광장 또는 공원들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할 경우 광화문광장은 고립된 광장이 아니라 도심의 중심축을 이루는 열린 공간으로 그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광화문광장 안에 시설물이 많다는 얘기도 있는데.

"전체 1만8000㎡ 중 분수 900㎡와 플라워카펫 3000㎡가 있습니다. 나머지는 1만4000여㎡의 공간은 시민들이 채워갈 공간이지요. 그리고 플라워카펫도 장기적으로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

▼액운(화기 · 火氣)을 막아준다는 해치상의 위치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데.

"해치상이 원래 있던 자리인 과거 육조거리로 옮기는 게 맞다고 봅니다. 지금으로 치면 중앙정부청사 앞 보도가 그 자리입니다. 이는 역사를 회복하는 의미 이외에도 과거 역사의 기억과 흔적들을 지금 세대가 공유할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도 뜻이 깊다고 봅니다. "(현재 해치상은 방향을 재조정하고 있는 광화문 펜스 안쪽에 놓여 있다)

▼높이 3m가량의 세종대왕상 설치 장소도 논란인데.

"세종대왕상을 두는 데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광화문광장 지하 출입구 북쪽 중심축에 설치하는 것은 전체적인 구조와 미래를 염두에 둘 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북쪽으로 난 광화문광장 지하 출입구를 빠져나오면 광화문 경복궁정궁 북악산 삼각산 등이 순서대로 드러납니다. 이같이 서정적인 스카이라인을 갖고 있는 수도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 스카이라인은 과거 우리 조상들이 일상에서 보아왔던 대표적인 도심 경치입니다. 이순신 장군상과 세종대왕상을 규모를 줄여 광장 양쪽으로 배치하고 앞으로도 역사적인 인물상을 추가로 배치할 여지를 남겨두는 게 좋을 듯합니다. "

▼광화문광장의 의미는.

"어느정도 역사가 있는 나라 수도에 가면 대부분 중심부에 광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모스코바 붉은광장,베이징 톈안먼광장,파리 샹젤리제 거리,로테르담 쇼부르크광장 등이 대표적입니다. 외국 관광객들은 이들 광장을 먼저 기억합니다. 광화문광장도 대한민국 대표 문화브랜드를 창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광화문광장은 위치의 특성상 삼청동 아트갤러리 거리,인사동 전통거리 등과 연결되고 좀 더 넓게 본다면 정동문화권 대학로공연문화권 북촌전통문화권과도 이어집니다. 우리가 이들 네트워크를 잘 살린다면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한 청계천광장 서울광장 등이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로 커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광화문광장은 또 일제에 의해 훼손된 역사과 상징축을 회복시켰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일제는 조선총독부 경성부청 조선신궁 등을 건설하면서 한국 정통 상징축인 관악산과 삼각산을 연결라인에서 5.6도 틀었습니다. "

▼일부 시민단체들은 서울 도심 광장을 정치집회의 장(場)으로 활용하고 싶어하는 반면 정부와 서울시는 순수 문화행사 마당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만의 광장으로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이면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서로 만나고 때로는 그냥 쉬고 싶은 휴식의 공간으로도 이용돼야 합니다. 제약과 제한이 없는 자유로운 공간이어야 합니다. 어느 한쪽이 점령한 광장은 반쪽 광장에 불과합니다. "

▼바람직한 광장문화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긍정적으로 과거의 광장 이미지를 머리에 그리지 못합니다. 여의도광장의 경우 5 · 16광장이라는 이름으로 관제 데모나 군사행사가 주를 이뤘고 서울역광장은 일제 징용의 대명사였습니다.

이제 시민들이 자발적인 참여 속에 광장을 서로의 생각과 여유,문화 등을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있는 유럽의 광장은 비어있습니다.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스스로 광장문화를 창출해 간다는 뜻입니다. "

▼도심 3대 광장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요.

"먼저 서울광장은 잔디만으로 깔려 있는 비워놓은 공간입니다. 시민들 개개인이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광장입니다. 청계천광장의 의미는 좀 다릅니다. 철거된 청계천지역은 과거 개발연대의 상징이면서 시민들로부터는 기피대상이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청계천 복원은 도심 재생의 모티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광화문광장은 국가 상징축을 되살렸습니다. 이들 광장이 서로 연계성을 가질 경우 서울 도심은 더욱 더 활력이 솟는 곳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조경 설계 때 특히 한국의 전통미를 접목시키는 데 신경을 기울였다고 들었습니다.

"약간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 관광객이 한국에 뭘 보러 오겠습니까. 우리가 문화적으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겠습니까. 결국은 우리 전통이라고 봅니다. 청계천광장의 바닥 모양은 우리의 전통 보자기(옛날 밥상보) 문양에서 따왔습니다. 광화문광장 설계 때에는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종묘 등을 모두 다니면서 구석구석을 살폈습니다. "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