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섹시한 '핀업 걸', 사진을 갖고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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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린더 걸로 변신,첫 사진전 여는 팝아티스트 낸시 랭
"예술을 '머리'(지식)로 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요즘에는 기업들도 신제품을 출시할 때 마케팅 코드로 머리보다 '몸'(감성)을 활용하는 것 같아요. 퍼포먼스나 행위예술,사진연출 작업은 현대 미술이 '몸'으로 넘어가는 현상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죠.뭐든 몸으로 하면 날아갈듯 가볍거든요. "
팝아트 회화는 물론 설치 · 퍼포먼스 작가,패션 · 광고 모델,방송 진행자,의류브랜드 아트디렉터 등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팔방미인 낸시 랭(31).
다음 달 2일부터 서울 경운동 장은선갤러리에서 사진전을 갖는 그는 "예술이 묵직한 이념에 좌우되지 않고 '아이 러브 달러'를 목표로 사는 사람들처럼 좀 단순하고 가벼웠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홍익대 미대(서양화)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대받지 않은 채 빅토리아 시크릿의 '야시한 란제리'를 입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펼쳐 주목받았다.
아티스트로 데뷔한 지 5년 만에 처음 사진 작업에 뛰어든 그의 이번 전시회의 아이콘은 '2010년 캘린더 걸' 프로젝트. 올해 초부터 다양한 옷을 입고 퍼포먼스를 벌이는 자신을 모델로 연출한 '발칙한'사진 12점을 건다.
'캘린더 걸' 프로젝트는 소녀부터 여왕까지 다양하게 연출한 자신의 모습을 1940~50년대의 '핀업 걸(Pinup Girl)'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
특유의 날아갈듯 가벼운 포즈,펑크족 소녀,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품에 안은 여고생 등을 연출한 작품은 일상적인 순간을 수채화처럼 포착해 상큼하고 발랄하다.
"제 사진 작업은 마치 제1막 인생이 끝나고 다음 2막 인생으로 넘어가며 시작하는 작업이라고나 할까요. 다만 표현 방식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활용했으며 여기에 오브제를 곁들이거나 패인팅 작업으로 완성했습니다. "
왜 '핀업 걸'에 케케묵은 '쌍팔년도' 달력 사진을 테마로 잡았을까. 그는 "제 인생이 DVD라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DVD가 되고 싶고,그래서 1년 내내 걸어 놓는 달력을 작품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달력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어느 장소에나 걸려 있다. 또한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고,값도 싸다. 미술의 대중화를 꿈꾸는 낸시 랭에게는 최상의 표현 매체인 셈이다.
"'핀업 걸'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에게 지급된 위문용 브로마이드예요. 당시에는 컬러 사진이나 텔레비전이 없어 '핀업 걸'들은 지친 미군들에게 판타지의 대상이 됐어요.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본주의는 우리 모두를 자본이라는 전쟁터의 전사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런 우리들에게 꿈과 판타지를 주고 싶거든요. "
그는 "그저 사진 작업을 즐기고 노는 일에,한바탕 쇼에,관람객들을 공범으로 초대하고 싶다"며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매년 '캘린더 걸'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내년에는 12개국을 배경으로 한 사진 작품 12점을 제작하고 싶다"며 "그렇게 진행하다 보면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아티스트에게 치명적인 건 무관심"이라며 '엉뚱한' 주문을 했다.
"저의 패션,말과 행동,노출,퍼포먼스만 기억하는 것은 나를 반쪽만 보는 것과 같아요. 제발 제 작품에 대해 욕 좀 해 주세요. " (02)730-353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팝아트 회화는 물론 설치 · 퍼포먼스 작가,패션 · 광고 모델,방송 진행자,의류브랜드 아트디렉터 등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팔방미인 낸시 랭(31).
다음 달 2일부터 서울 경운동 장은선갤러리에서 사진전을 갖는 그는 "예술이 묵직한 이념에 좌우되지 않고 '아이 러브 달러'를 목표로 사는 사람들처럼 좀 단순하고 가벼웠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홍익대 미대(서양화)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대받지 않은 채 빅토리아 시크릿의 '야시한 란제리'를 입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펼쳐 주목받았다.
아티스트로 데뷔한 지 5년 만에 처음 사진 작업에 뛰어든 그의 이번 전시회의 아이콘은 '2010년 캘린더 걸' 프로젝트. 올해 초부터 다양한 옷을 입고 퍼포먼스를 벌이는 자신을 모델로 연출한 '발칙한'사진 12점을 건다.
'캘린더 걸' 프로젝트는 소녀부터 여왕까지 다양하게 연출한 자신의 모습을 1940~50년대의 '핀업 걸(Pinup Girl)'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
특유의 날아갈듯 가벼운 포즈,펑크족 소녀,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품에 안은 여고생 등을 연출한 작품은 일상적인 순간을 수채화처럼 포착해 상큼하고 발랄하다.
"제 사진 작업은 마치 제1막 인생이 끝나고 다음 2막 인생으로 넘어가며 시작하는 작업이라고나 할까요. 다만 표현 방식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활용했으며 여기에 오브제를 곁들이거나 패인팅 작업으로 완성했습니다. "
왜 '핀업 걸'에 케케묵은 '쌍팔년도' 달력 사진을 테마로 잡았을까. 그는 "제 인생이 DVD라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DVD가 되고 싶고,그래서 1년 내내 걸어 놓는 달력을 작품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달력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어느 장소에나 걸려 있다. 또한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고,값도 싸다. 미술의 대중화를 꿈꾸는 낸시 랭에게는 최상의 표현 매체인 셈이다.
"'핀업 걸'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에게 지급된 위문용 브로마이드예요. 당시에는 컬러 사진이나 텔레비전이 없어 '핀업 걸'들은 지친 미군들에게 판타지의 대상이 됐어요.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본주의는 우리 모두를 자본이라는 전쟁터의 전사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런 우리들에게 꿈과 판타지를 주고 싶거든요. "
그는 "그저 사진 작업을 즐기고 노는 일에,한바탕 쇼에,관람객들을 공범으로 초대하고 싶다"며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매년 '캘린더 걸'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내년에는 12개국을 배경으로 한 사진 작품 12점을 제작하고 싶다"며 "그렇게 진행하다 보면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아티스트에게 치명적인 건 무관심"이라며 '엉뚱한' 주문을 했다.
"저의 패션,말과 행동,노출,퍼포먼스만 기억하는 것은 나를 반쪽만 보는 것과 같아요. 제발 제 작품에 대해 욕 좀 해 주세요. " (02)730-353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