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많은 사람에게/ 내 좋은 날/ 청포도로 태어나/ 그대 향기에 스며들리라/ 그리움은 짙어가도/ 연푸른 각시되어/ 그대 마중 나가리라/ 퍼어런 심장으로/ 날 부벼대는/ 아렴풋한/ 첫사랑 숨결이 되리라.'(<청포도> 중)

시집 《오카리나를 불면서》(황금느티나무)를 출간한 송다인씨(59)는 "이 시집의 시편들은 내가 몸소 체험한 내 몫의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시집에는 시인이 직접 몸과 마음으로 느낀 삶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여럿 실렸다.

아련한 기억으로 남은 첫사랑은 '행여 삶이 무상하거든/ 설레이는 추억의 아련함 속으로/ 힘껏 차버리는 돌멩이 하나'(<첫사랑> 중)이다. 병든 노모의 일상은 '방구석에 옹이로 박힌 하루/ 추억만이 맘을 달래는 유일한 즐거움'(<죄송합니다 어머니> 중)이라 죄스러움이 더한다.

풍경을 포착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시인은 여름의 힘찬 빗줄기를 '끓는 머리와 육신의 땀/ 더운 핏줄 씻어주는/ 냉수마찰이다'(<소나기> 중)고 묘사했고,등대의 정취를 '지루한 욕망의 물거품이/ 해안 절벽 벼랑 끝자락/ 해풍에 절인 노송 아래 서성이고'라고 잡아내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