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확연히 회복되고 있다. 올 2분기에 전분기 대비 2.3%라는 '깜짝성장'을 보인 데 이어 3분기 성장률도 1%를 넘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실물경제보다 선행하는 증시는 이미 1년여 만에 1600선을 되찾았다.

미국에서도 경기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월가에선 이미 지난 2분기가 경기바닥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들어 주가가 100% 가까이 급등한 중국에선 원자바오 총리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총재 등이 잇따라 증시 과열을 경고할 정도다.

이 같은 흐름은 뒤집어 말하면 글로벌경제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사실 올해 초만 해도 국내 증시가 이렇게 빨리 회복될 줄은 누구도 예상치못했다. 증시가 일시적으로 오르더라도 곧 떨어질 것이라며 '다중 바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 이후 거의 수직상승해 40% 넘게 올랐다. 다른 이머징마켓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외국인들이 올 들어 주식을 22조원 가까이 사들인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를 이끌어낸 것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 우리 기업들이다. 기업들은 작년 상반기 전국에서 연일 촛불시위가 벌어져 온나라가 뒤숭숭했을 때도,하반기 금융위기가 터져 모두들 갈팡질팡했을 때도 꿋꿋하게 공장을 돌려 고용을 유지하고 외화를 벌어들여 외환시장을 지켰다. 해외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영역을 넓혔다.

그 결과 지금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간판 기업들은 글로벌시장에서 점유율을 올리며 질주하고 있다. 세계 금융업체들은 이들이 위기 이후 '승자독식' 프리미엄을 안고 승승장구할 것이라며 높게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위기 이후다. 지금까지가 각국 정부에서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금융시스템을 손질하며 기업들이 다시 뛸 수 있게 게임의 규칙을 정비하고 체력을 키워준 '워밍업' 단계였다면,이제부터는 기업들의 실전이 시작된다. 유동성을 줄이기 위한 금리인상 등으로 경영환경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승자가 되기 위한 글로벌전쟁을 벌이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기업들이 위기를 거치며 잡은 기회를 살려 더 달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녹색산업이든, 첨단 IT이든, 아니면 '굴뚝산업'이든 투자가 늘어나고 '고용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다.

사실 일자리 늘리기에 관한 한 정부 정책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냐 아니냐는 큰 차이가 없다. 서민생활을 지원하는 정책의 목적이 법인세를 많이 걷어 조성한 예산으로 일자리를 더 만드는 데 무게를 두는 것이라면,법인세를 내려줘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투자를 늘려 고용을 확대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오히려 경제의 선순환을 고려하면 후자가 양질의 지속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연금 등에 들어갈 미래의 정부 부담을 경감해주는 만큼 더 효과적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만든다고 했다. 실제 강제로 시키기보다는 칭찬을 해야 의욕이 커지고 성과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지금은 잘 하는 기업들의 사기를 살리고, CEO들의 엔돌핀이 돌게 격려해서 사기를 북돋워줘야 할 때다. 그래야 젊은이들에게도 희망적인 미래를 향해 뛸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줄 수 있다.

문희수 증권부장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