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중공업(대표 김봉철)은 최근 건조작업을 끝낸 길이 62피트(약 19m)짜리 요트를 9월 초 호주에 사는 개인 선주에게 인도한다고 30일 밝혔다. 가격은 약 130만달러.현재 돛 장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장 20피트 이하의 소형 요트를 만들거나 관련 부품만 생산해왔던 국내 업계에서 50피트 이상의 대형요트를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지난 8월 미국의 요트 전문회사 리얼십으로부터 77피트(약 23m) 크기의 요트를 주문 받은 데 이어 최근 독일의 한 선주로부터 68피트짜리 요트 2척,미국의 한 선주로부터 112피트(약 34m)짜리 요트 1척을 수주받았다. 총 1600만달러에 이른다.
선박블록 및 요트를 주로 만드는 푸른중공업은 올해 대형요트 급(전장 80피트 이상)은 물론 소형 요트 주문까지 합쳐 약 300억원의 해외 수주실적을 올렸다. 이 중 현재 회사가 수주한 대형요트는 8대에 달한다. 김봉철 대표는 "지난해 요트부문에서만 2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주문이 대폭 늘어 요트에서만 약 1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2011년까지 납품을 마쳐야 해 생산직 전 직원이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2교대로 매일 새벽 4시까지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이처럼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동일한 품질의 외산 요트보다 20% 이상 싼 가격에 건조할수 있는 데다 납기도 33%가량 빠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고급 요트의 경우 외장 및 성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승선자들의 생활공간 인테리어가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이라며 "자재 수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자체 인테리어 팀을 통해 제작해 가격은 저렴하고 고급스럽다는 점이 선주들의 호감을 끌어내고 있는 것은 물론 한국인 특유의 손기술이 보태져 납기까지 빠른 장점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투자도 힘을 보탰다. 1999년 설립돼 선박 블록을 주로 납품하던 회사는 2004년 요트사업에 나섰다. 당시만 하더라도 시장에는 외산 요트 일색이었다. 향후 전망이 밝다고 판단,김 대표는 매년 50여억원을 기술자,디자이너 양성 및 선체 제작 기술개발에 쏟아부었다.
김 대표는 "주변에서는 블록사업에서 번 돈을 고스란히 요트사업에 쓰는 나를 보고 '미친 놈'이라고까지 했다"고 술회했다.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연간 네 차례 이상씩 열리는 보트쇼 등에 꾸준히 참석하면서 바이어들에게 얼굴을 알린 것도 도움이 됐다.
현재 회사에는 40여명의 요트전문 기술자가 근무 중이다. 김 대표는 " 마진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좋은 요트를 공급한 것이 결실을 맺고 있다"며 "주문이 계속 들어와 내년에는 인원을 150명까지 늘릴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현재 100피트 이상의 대형 요트를 건조하기 위해 전남 신안에 약 6만6000㎡ 규모의 부지를 사들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150억원.김 대표는 "올해 선박블록을 포함해 약 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의 요트업체로 키워나가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영암(전남)=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