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로벌 증시에서는 차입 여건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어디로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란 증권 브로커들이 자금을 빌려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이때 투자한 유가증권의 수익률이 차입금리보다 높을 경우 '포지티브 캐리'라 하고,그 반대의 경우를 '네거티브 캐리'라 한다. 또 차입한 통화가 엔화이면 엔-캐리 트레이드,달러화이면 달러-캐리 트레이드라 한다.

캐리 트레이드의 이론적 근거는 각국의 통화가치를 감안한 피셔의 '국제간 자금이동설'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어떤 투자대상국의 예상 수익률이 환율을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높을 경우 차입국 통화로 표시된 자금을 빌려 투자대상국의 유가증권에 투자하게 된다. 투자대상국과 자금차입국 간 금리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캐리 지금의 차입 여건은 최근 들어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이달 26일 이후 런던 금융시장에서는 3개월 만기 달러-리보금리가 0.36%대로 엔리보금리 0.37%대보다 낮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3년 5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당분간 미국은 출구전략과 금리인상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로 달러 약세가 예상돼 달러캐리 자금의 차입 여건은 앞으로 지금보다 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 대목이 임기를 5개월 앞두고 연임이 확정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더 이상 유동성을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달러캐리 자금이 이탈할 경우 금융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달러캐리 자금이 이탈될 소지는 미국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이를 풀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각국의 협조가 계속 필요하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관심이 되는 것은 달러캐리 자금이 이번에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 국제 간 자금흐름에서 금리차로 이동하는 정도는 약하다. 대부분의 국가가 유동성 함정에 빠져 금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다,금융위기 극복 차원에서 모든 국가들이 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려 각국 간의 금리 차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환차익 여부에 따라 자금이 이동하는 정도가 더 강하다. 투자대상국의 환율이 적정 수준보다 높으면(통화가치 저평가) 환차익 기대로 외자유입→주가상승 · 환율하락→추가 외자유입 등으로 선순환이 연출된다. 반대로 낮으면(통화가치 고평가) 환차손 우려로 외자이탈→주가하락 · 환율상승→추가 외자이탈이라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번에 달러캐리 자금은 고금리를 채택하고 있는 브라질을 제외하고 뉴질랜드 호주 및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가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비록 경제 여건을 감안한 중장기적인 성격이라고 파악되지만 이미 많은 외국인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우리의 경우 앞으로 달러캐리 자금이 얼마나 들어올 것인가는 여러 이유로 관심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나라 통화가치의 적정 수준을 파악하는 방법으로는 환율구조모형, 경상수지균형모델, 수출채산성이론 등이 많이 활용된다. 원화 환율의 경우 추정 방법과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적정 수준은 1150~1170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환율이 1250원 내외에서 움직이는 점을 감안하면 달러캐리 자금이 더 들어올 여건은 성숙돼 있는 셈이다.

그런 만큼 국내 증시에 달러캐리자금이 계속해서 들어올 수 있느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변수는 우리 정부의 환율정책이다. 이 문제에 대해 외국인들은 한국 경제도 이제는 내수를 확대해야 하는 데다,유가 상승 등으로 불안해질 인플레를 안정시켜야 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환율 하락을 점진적으로 용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국가보다 국내 증시에 달러캐리 자금이 유입돼 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외국인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따른 '윔블던 현상'과 상황이 달라져 달러캐리 자금이 급격히 이탈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도 동시에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