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화당 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하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실망감을 나타내며 소수인종, 유색인종들과 가까운 민주당으로 옮길 것을 조언했었다.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념을 알게 된 나에게 공화당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두 정당의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차이는 바로 경제정책과 범죄대책이었다.

우선 경제정책이다. 나는 분배를 주장하는 민주당에 동감할 수가 없었다. 1961년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내 호주머니에는 200달러가 전부였다. 그 당시 한국은 세계 5번째로 가난한 나라였다. 당시 우리 유학생들은 밤새도록 청소하고 접시 닦고 낮에는 고학을 하는 뼈를 깎는 고생을 했다. 빨리 졸업하고 직장을 구해 고국에서 고생하는 부모님들에게 송금을 하자는 게 모두의 꿈이었다.

이렇게 해서 아이들을 키워 전부 대학에 보냈고 먹고 살 만하게 성공하고 보니 마치 내가 운이 좋아서,또는 약자들을 착취라도 한 것처럼,아니면 무언가 부도덕한 방법으로 돈을 모았을 것이란 비뚤어진 눈으로 쳐다보는 이들을 나는 마음 속 깊이 경멸했다.

이들이 세월을 낭비할 때 나는 잠도 제대로 못 자며 그 어려운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벌어들인 수입의 거의 절반을 이런저런 세금 명목으로 내야 했다. 이것도 부족해 고소득자의 세금을 70%로 올리자는 민주당의 주장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세금 인상을 결사코 반대하며 대신 정부의 비대한 지출을 삭감해야 한다는 보수파 공화당의 주장에 자연히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민주정치가 살아남으려면 빈부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믿는다. 자유시장경제란 이름으로 그냥 방치해두면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가난을 세습한다는 것이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희망이 안 보이는 이들은 사회혁명을 부르짖고 폭동에 가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빠지게 된다고 믿는다. 때문에 이 같은 사회적 불합리,빈부격차를 막기 위해선 광범위한 사회정책을 펼 수 있는 강력한 정부,커다란 정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정부가 강력한 분배정책을 펴 부자들이 어느 정도 양보해야 평화스런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민주당은 자연히 가난한 흑인,소수민족,이민자를 대변하고 노조를 옹호하는 세력이다.

반면 공화당은 정부 지출을 반으로 줄이고, 쓸데 없는 수 많은 정부의 규제를 없애며,경제는 자유시장에 맡기자고 주장한다. 대신 정부의 할 일은 우선 국방을 튼튼하게 하며 사회질서를 혼란케 만드는 범죄 퇴치에 진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을 적대시하고 툭하면 세금을 올리겠다고 하면 기업인은 기업 확장의 의욕을 잃어 일자리는 줄고 국고는 바닥이 난다. 분배를 외치는 사회에선 일을 안 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냥 정부로부터 무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만 궁리하게 되는 이른바 '게으른 사회 (Lazy Society)'로 전락하고 만다는 얘기다.

사실 공화당을 창당한 장본인은 흑인을 해방시킨 링컨 대통령이다. 당연히 처음에는 흑인들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거의 90% 이상이 민주당으로 옮겨갔다.

공화당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과 월가에 있는 거만한 백인부자들의 언동에 분노한 많은 중산층 백인들까지 공화당 백인 후보를 제치고 민주당의 오바마를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선거 때 공화당은 상원과 하원선거에서 참패했다. 상원에선 총 100석 중 40석밖에 못 얻었다. 의사진행방해 (필러버스터)를 할 수 있는 41석에서 1석이 부족하다. 하원 역시 총435석에서 178석(40%)밖에 건지지 못했다. 78석이 민주당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런 공화당의 참패는 현대 미 정치 사상 처음이다. 앞으로도 오랜 세월 동안 공화당의 재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정반대로 진보가 참패했고 보수세력인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진보세력에 피곤해진 대한민국 국민들이 보수당 한나라당에 과반수가 넘는 압도적 승리를 안겨주었건만 오늘의 한나라당은 거대여당답지 않게 소수 야당들에 끌려다니고 있다.

전 연방하원의원 · 워싱턴 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