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남'과 '건어물녀'가 늘고 있습니다. 만혼(晩婚)과 비혼(非婚)이 흔해지면서 고독하게 사는 남녀가 갈수록 많아지는 실정입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비용은 커지는 반면 생산성은 떨어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죠.행동과학과 정신신경과학으로 보면 노총각과 노처녀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이를 푸는 것도 과학입니다. "

최근 결혼정보회사 레드힐스의 연애심리학연구소장으로 취임한 이상일 신경정신과 전문의(48)는 "계절과 밤낮의 일조량에 따른 호르몬 분비 변화가 남녀의 연애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남녀가 서로 짝을 찾는 데 숨바꼭질하기 때문에 만혼과 비혼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열적인 '사랑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과 페닐에틸아민은 태양에 의해 합성된다. 밤이 되면 멜라토닌이 증가되면서 정열은 차분해지는 데다 세로토닌까지 분비돼 편안하고 안정적인 상태를 만든다. 밤에 노총각 노처녀들이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것은 세로토닌 결핍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밤에 고독감을 느끼고 불면증이 오게 된다는 설명이다.

"혼자 살면 각종 질환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수명이 줍니다. 나이가 들수록 태양빛에 반응하는 정도도 떨어지죠.하지만 여성은 책임감과 능력 있는 남성을,남성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마음을 끄는 여성을 고르려는 '이기적 선택'을 하기 때문에 노처녀 노총각이 넘쳐나게 마련입니다. "

그는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 기후에서는 남녀가 사랑의 감정을 잘 조절해야 한다"며 "여름 중반부터 늦여름 사이에는 남녀가 이별하고,11월이 되면 고독한 남성들이 사망하거나 여성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봄은 자식을 낳아서 키우기 좋은 때인 데다 사랑호르몬이 증가해서 여성이 남성을 받아들일 마음이 충만하지만 여름이 되면 태양이뜨거워지면서 여성이 현실감각을 되찾고 그동안 좋게만 보이던 남자가 미워보이고 퇴짜를 놓는 비극이 초래된다. 또 11월이 되면 남성은 존재감이 없어질까 두려워하고 격정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공격성이 강해지지만 상대적으로 느긋한 여성은 봄 여름 동안의 과잉행동를 억제함으로써 남성의 격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소장은 "여성들의 본능은 남성에 비해 급할 게 없고 남녀 간 자연계의 행동양식은 늘 엇박차를 친다"며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과 겨울일수록 방안에만 있지 말고 열심이 돌아다녀야 하며,거울을 보고 웃는 훈련을 하면서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만들고 거절당할까봐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마음을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큰사랑노인전문병원 원장으로 노인요양 등 고령화시대의 실버산업 육성에 관한 인식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서울시 다산콜센터 · 아리수 홍보대사와 강남구의사회 홍보이사를 맡으며 의료분야의 대국민 홍보활동에도 열심이다. 그동안 방송에 출연, 남녀 간의 연애심리를 정신분석을 통해 흥미롭게 풀어서 인기를 얻은 그는 "연애심리학연구소가 노총각 노처녀들이 결혼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