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5~6단계인 시 · 군 · 구의 통합절차가 2~3단계로 대폭 간소화돼 주민투표나 여론조사만으로 통합이 가능해진다. 통합에 따른 재정적 지원도 2000억원대로 대폭 늘어난다. 시 · 군 · 구의 자율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로 자율통합 움직임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31일 이 같은 내용의 '자율통합지원특례법'을 9월 정기국회서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정부안인 이 법안은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으며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다.

법안 내용은 현재 5~6단계인 통합 행정절차를 최소 2~3단계로 단축하고 재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특히 현재 자치단체장 또는 기초의회에만 부여한 주민투표 발의 조항을 개정,정부가 지자체장의 요청이 없더라도 여론조사 등을 거쳐 통합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했다.

현행 지방자치법 · 주민투표법 등에 따르면 지역 통합절차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주민투표 요구→지방의회 의견청취(주민 의견수렴 및 의회 의결)→기초단체장, 주민투표 실시여부 결정→광역자치단체 의견 개진→행정안전부 통합절차 지시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기초단체장이 거부할 경우 현실적으로 주민 · 지방의회의 주민투표 청구는 불가능하다. 단체장의 의견이 지역 통합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치적 이해관계 등으로 기초단체장 간 이견이 있을 시 인접 지역의 통합이 물 건너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설사 주민투표가 실시되더라도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만 개표를 할 수 있고 투표자의 과반수 이상 찬성해야 통합이 추진된다.

여권은 이를 뜯어고쳐 유권자 수의 제한 없이 지역주민의 여론조사(선관위 위탁) 또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과반수 이상 찬성했을 때 곧바로 자치단체장이 중앙정부에 보고한 뒤 통합절차에 착수토록 했다. 통합 행정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것이다. 이 외에도 종전의 경우 3곳 이상 지역이 통합을 추진할 때 1곳만 반대해도 통합절차가 무산됐지만 개정안에는 찬성하는 2곳만이라도 우선 통합절차에 착수토록 했다.


법안은 통합 시 · 군에 주는 인센티브와 관련해 주민투표 또는 여론조사 비용을 전액 국가가 지원한다. 또 통합청사 · 전산시스템 정비 비용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고 현재 시 · 군이 받는 국비 지원을 5년 동안 유지하는 한편 인구 · 재정 · 규모에 따라 특별교부세를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 · 정은 최근 J시와 D군의 통합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재정적인 인센티브가 10년간 최대 214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9월 국회에서 자율통합지원 특례법안을 처리한 뒤 현재 통합논의가 활발한 10개 기초 지자체에 대해 11월께 주민투표(또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연내에 자율 통합을 끝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가 자율 통합을 검토하고 있는 지역은 △구리-남양주 △여수-순천-광양 또는 광양-하동-남해 △마산-창원-진해-함안 또는 진해-함안 △의왕-안양-군포-과천 △동두천-의정부-양주 또는 동두천-연천 △하남-성남 △무안-목포-신안 △청주-청원 △전주-완주 △부산 중구-동구 등이다.

국회 행정안전위 핵심관계자는 "내년 7월에 1차로 통합지자체가 나오면 다른 시 · 군 · 구의 자율통합이 좀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