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단행된 청와대 참모진 개편 중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정책 기능 강화다.

윤진식 경제수석이 신설된 정책실장직을 겸임해 정책분야의 통합 조정 기능을 수행하고 강만수 경쟁력강화위원장이 상근경제특보까지 맡아 지근거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조언하게 됐다. 이 대통령의 '복심 경제 브레인'의 역할이 커진 셈이다. 청와대가 경제 전반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경제정책 조율 문제를 놓고 윤 신임실장과 강 특보,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간에 호흡이 잘 맞을지 관심이다.


◆윤 실장, 정책조정위 주재

윤 실장의 직급은 대통령실장(장관급)과 수석(차관급)의 중간이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사실상 대통령실 부실장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 경제,사회정책,교육과학문화,국정기획 등 4개 수석의 업무를 총괄한다. 기존에도 팀장을 했지만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윤 실장은 앞으로 관련 수석들이 참여하는 '정책조정위원회'를 상시적으로 주재하게 된다. 외형상으로는 정정길 대통령 실장의 지휘를 받지만 정책 분야에서만큼은 실질적인 고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MB맨'인 강 특보는 현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에 기용된 이후 결국 금융위기로 1년여 만에 옷을 벗었지만 이 대통령은 그를 국가경쟁력위원장에 임명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곁으로 불러들였다. 이 대통령의 신임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윤-윤-강 '트로이카'조율 잘될까

윤 실장과 강 특보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윤증현 장관과의 조율 문제에서 기존 시스템과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와 재정부의 시각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윤 실장은 그동안 다소 원활하지 못했다고 지적돼 온 청와대 내 경제 사회 교육 복지 부문 등 정책 조율을 좀 더 속도감 있게 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부처에 걸친 경제정책 전반의 사령탑은 여전히 윤 장관"이라고 강조했다.

재정부 내에서도 윤진식-강만수-윤증현 간의 기존 관계를 감안해보면 특별히 정책 갈등과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강 특보는 윤 장관과 서울 법대 동기로 재무부에서 한솥밥을 먹은 44년 지기다. 강 특보는 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도로교통체계 개편 작업 등을 해오면서 경제 · 금융 현안에 대해선 가급적 손을 대지 않았다. 윤 장관에 대한 나름의 배려라는 분석이다.

윤 실장 역시 강 특보,윤 장관과 함께 과거 재무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서로를 견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물들이 아니란 평가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새 경제팀이 출범한 지난 2월 이후 윤 장관과 윤 실장 간의 정책 조율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윤 실장과 강 특보 모두 이 대통령과 윤 장관 간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시각도 있다. 이 대통령이 집권 중반기를 맞아 굳이 윤 실장과 강 특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청와대 주도로 정책 행보에 박차를 가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경우 대통령의 의지를 빌려 윤 실장이 경제 전반에 걸쳐 목소리를 내고 강 특보도 '발판'이 마련된 만큼 경제정책에 관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균형추는 자연스레 청와대 쪽으로 쏠릴 수 있다.

홍영식/정종태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