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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희 칼럼] 양용은이 좋다, 송진우는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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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실ㆍ꾸준함으로 이룩한 3000이닝, 장시간 제몫 다하는 이들에 박수를
    바야흐로 양용은 선수(37)의 시대다. 동양인 최초로 메이저 골프대회(제91회 PGA챔피언십)에서 우승,그것도 골프황제라는 타이거 우즈와 맞붙어 꺾은 만큼 전 세계가 환호했다. 뉴욕타임스가 스포츠 역사상 최대 이변 중 하나라고 평가한데 이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80년대 대스타 래리 넬슨과 함께 늦깎이의 대표사례로 상세히 소개했다.

    세계 골프계의 대접이 달라진 건 물론 조지 부시 전(前) 미국 대통령이 함께 라운딩하자고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WSJ의 보도처럼 그는 꿈을 갖고 도전하는 세상 수많은 선수들의 희망이다. 19살에 골프장 아르바이트생으로 입문한 뒤 18년 만에 이룬 그의 세계무대 제패는 포기를 모르는 집념과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은 용기와 초연함의 상징이다.

    국적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양선수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비슷할 것이다. 거의 무명이나 다름없던 상태에서 타이거 우즈를 물리쳤다는 것,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코치도 없이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연습한 의지의 인물이라는 것,지난해 7번이나 연속 커트 탈락을 했는데도 무너지지 않고 그립부터 고친 다음 다시 시작해 마침내 우승했다는 것 등.

    양선수가 좋은 이유는 이 밖에도 많다. 우즈와 싸우면서 "우즈가 나를 때릴 것도 아니고" 생각했다는 것도,메이저대회 우승 후 크게 힘주지 않는 것도,우승 뒤 성적이 별로인데도 "이만하면 만족한다"고 말하는 것도,후배들에게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기다린 시간만큼 보답이 있을 것"이라고 격려하는 것도 하나같이 괜찮다.

    그러나 이런 양용은 선수에게 보내는 박수 못지않게,아니 더 크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 양 선수의 우승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날 은퇴를 발표한 프로야구 송진우 선수(43 · 한화 이글스)다. 11살 때 처음 야구공을 잡은 뒤 30여년 동안 한번도 마운드를 떠나지 않았고,1989년 한화이글스에 입단한 뒤 21년을 줄곧 현역으로 뛴 왼손 투수다.

    그가 이룩한 통산 200승,3000이닝,2000탈삼진은 모두 프로야구계의 첫 기록이다. 3000이닝은 20년 동안 매년 150이닝씩 던져야 하는 수치다.

    그를 두고 '살아있는 전설','프로야구의 역사'라고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늘 잘 나갔던 건 아니다. 고교시절 '초고교급 투수'로 날렸고 프로 데뷔 후에도 뛰어났지만 97~98년엔 일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는 방황하거나 좌절하고 은퇴를 택하는 대신 체인지업과 백도어슬라이더를 익혀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까불지 마라.야구라고 치면 나는 노장투수 송진우'(다이나믹 듀오 '너나 잘하세요')라는 가사가 나올 만큼 오래 현역으로 뛴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끊임없는 변신이다. 담배는 물론 술도 거의 입에 안 대고 시즌 중엔 손을 다칠까 목욕할 때 왼손은 물에 안 담그고 손톱도 손톱깎이 대신 사포로 갈았다고 할 정도다.

    선동열씨나 최동원씨처럼 선수생활이 화려하지 않았던 그가 아무도 이룩하지 못한 기록을 세운 힘이다. 그는 또 나이 들어서도 제구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 대해 반복 연습으로 머릿속에 정확한 감각을 저장한 덕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가 2군에 내려간 뒤 1군으로 복귀하지 못한 채 옷을 벗었다. 일본에서 연수한 뒤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면서.

    세상도 나라도 조직도 각종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몫을 다하고,전성기가 지나서도 스스로와 팀을 포기하지 않고 떠받치는 이들에 의해 유지되고 발전한다. 꾸준함이 미련함으로 여겨지는 세상, 한순간 반짝 빛나거나 앞서가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주목으로 제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묻히는 세상에서 끝까지 제 역할을 다하다 물러나는 그에게 있는 힘껏 박수를 쳐주고 싶다.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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