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때 역시 삼성…'못난이 3형제'도 실적 高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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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사상최대 이익
중공업 7천억ㆍ엔지니어링 2천억…전자 영업이익 전망 연일 상향
중공업 7천억ㆍ엔지니어링 2천억…전자 영업이익 전망 연일 상향
"삼성은 항상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왔다. 이번에도 '역시 삼성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도록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봄,삼성그룹 전 계열사 임원 1200명이 용인 인력개발원에 들어가 받은 교육의 핵심내용이다. 1980년대 말 노사분규를 딛고 국내 1위 그룹으로 부상했고,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세계 일류로 발돋움했듯이 글로벌 세계적 금융위기를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가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육이 끝난 지 채 6개월이 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삼성의 목표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그룹의 상당수 계열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역시 삼성'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삼성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위기경영'은 끝이 아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몇년 후에 과실을 딸 수 있다"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4개의 날개로 날아가는 삼성전자
그룹의 실적개선의 중추는 역시 삼성전자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전자가 8조~9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삼성그룹이 거둬들일 것으로 보이는 전체 이익의 50~60%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 내부적으로는 반도체 호황을 기반으로 10조7859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던 2004년에 버금가는 실적을 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휴대폰과 TV 부문의 실적이 좋았지만 하반기에는 LCD와 반도체 사업까지 수익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잘만 하면 2004년 수익에 도전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전자 실적을 보면 시장 여건에 따라 반도체 LCD 휴대폰 TV 중 한두 개 부문이 엄청나게 돈을 벌어 다른 부문의 손실을 메우는 구조였다. 4개 전 부문이 모두 이익을 낸 분기도 2004년 이후 두세 번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부터는 반도체,LCD,휴대폰,TV 등 전 부문이 고르게 이익을 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2009년 3분기가 4개 사업부문이 동시 호조를 기록하는 첫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노무라증권도 3분기 실적치를 제시하면서 부문별로 반도체가 9600억원,LCD가 9000억원,휴대폰이 1조1500억원,TV등 디지털 미디어 부문이 7600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세계 최대의 부품업체라는 표현이 맞았지만 TV와 휴대폰 부문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서면서 명실상부한 종합전자업체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삼성전자의 약진만큼이나 의미있는 변화를 보여준 회사는 중공업과 엔지니어링,테크윈 등 그동안 삼성그룹에서 '못난이 3형제'라 불렸던 회사들의 선전이다. 한때 그룹 내에서 매각대상에까지 올랐던 중공업은 올해 7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로열더치셸로부터 대규모 천연가스생산설비를 수주해 세계 조선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엔지니어링도 수년간 해외 플랜트에 공을 들인 끝에 대형 공사를 잇따라 수주하는데 성공하며 국내외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윈은 디지털카메라 부문을 떼어놓고도 엔진과 카메라모듈 부문의 선전을 앞세워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함께 2004년 대규모 적자를 내며 그룹의 사상 최대 실적에 흠집을 냈던 카드도 철저한 위기관리 경영으로 올해 5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섬유업체에서 전자소재업체로 변신한 제일모직이나 중공업,SDI처럼 삼성 계열사들은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해왔다"며 "과거 그룹의 강력한 구심체였던 전략기획실이 각 계열사들의 인적 물적 역량을 감안해 사업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과 미국 코닝의 합작사인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올해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삼성전자 외에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회사가 될 것으로 삼성 측은 전망하고 있다.
김용준/김현예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