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1일 중국 증시 급락 여파로 하루 만에 1600선을 내줬다. 중국 금융당국의 유동성 회수 움직임에 상하이종합지수가 6.74% 하락한 것이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이머징 증시 강세를 주도했던 중국 증시가 8월 고점 이후 20% 이상 떨어지는 약세를 보이고 있어 코스피지수도 당분간 숨고르기 장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다만 중국의 실물경기 회복세는 여전히 살아 있어 상하이지수는 단기 조정을 거친 후 반등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개인 저가 매수세로 낙폭 줄어

이날 코스피지수는 16.09포인트(1.00%) 하락한 1591.85로 마감했다. 장 초반 1610을 넘기며 상승세를 탔던 지수는 중국 증시가 급락세로 출발하자 바로 힘을 잃어 하락세로 반전했다.

외국인이 132억원 순매도해 7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선 데다 프로그램 매물이 2100억원 이상 쏟아져 지수는 한때 1580선까지 밀렸으나 개인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590선을 회복한 채 마감했다. 의약품(-3.99%) 운수장비(-2.56%) 기계(-2.35%) 등의 낙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이 조정을 받을 경우 국내 증시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600선까지 단기 상승한 부담과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주도주가 주춤한 상황에서 중국 증시 급락은 조정의 빌미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증시는 긴축 우려와 하반기 신규 물량 부담으로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상하이지수는 지난 4일 기록했던 연중 고점(3471.44)에서 23.1%나 급락한 상태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지난 6월 1조5000억위안에 달했던 중국 은행들의 신규 대출이 7월에 5300억위안으로 급감했고 8월에는 3000억위안 미만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중국 증시 급등이 유동성 확대에서 비롯된 만큼 대출 축소는 증시 약세로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상하이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 '가전하향' 보조금정책으로 판매 수혜를 봤던 국내 IT주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성장 기조는 불변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회복 속도조절을 위해 유동성을 축소하고 있지만 중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회복세에는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다.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5월부터 3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8%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도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들의 이익 감소 추세가 둔화되고 있고 소비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판강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이날 "올해 성장률 8%를 달성한 뒤 내년엔 더욱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하반기 들어 경기부양책의 약발이 약해질 수 있다"(스티브 그린 스탠다드차타드 연구원)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일관되게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살 때 지원해주는 보조금 정책이 당초 예정된 연말까지가 아니라 내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중국 삼성경제연구소장은 "8% 성장은 중국 정부가 양보할 수 없는 목표이기 때문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달성할 것"이라며 "최근 나온 조치들은 오히려 과속 성장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펀드 섣부른 환매는 자제해야

8월 들어 상하이지수가 급락하자 중국펀드 환매 움직임이 감지된다. 기관투자가 전용인 '삼성차이나2.0본토펀드'에서는 한 달 새 132억원 순유출됐고 개인 비중이 높은 '삼성차이나2.0본토1A'와 미래에셋차이나A쉐어1F'에서도 66억원이 빠져 나갔다.

펀드 평가업체인 제로인의 이수진 연구원은 "올초 중국 증시가 바닥일 때 중국 본토펀드에 들어온 자금이 최근 주가 조정에도 수익을 내자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기관들의 환매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펀드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는다고 해서 섣불리 환매에 나서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연구원은 "지금 중국펀드를 환매해도 중국보다 좋은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데다 3년 뒤의 중국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므로 장기 투자 목적이라면 섣부른 환매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해영/김재후 기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