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요즘 관악기인 플루트를 배우고 있다. 아내와 함께 강남의 한 플루트학원을 다닌다. '통섭(統攝)형' 인간상을 실천하려는 생각에서다. 문 · 이과를 아우르는 인재는 그가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경영철학.플루트를 배우며 자신부터 변할테니,임직원들도 문 · 이과 출신에 얽매이지 말고 변신해달라는 뜻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LG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했다. 고객사를 찾아 수요 현황을 직접 파악하고 친밀감도 높이기 위한 이례적 행보다. 지난 3월 취임 때 첫 출근지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로 정한 이후 6개월 동안 찾은 고객사만 12개사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귀뚜라미보일러 등 중견업체까지 훑고 있다.

정 회장이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최고경영자(CEO)인 정 회장은 물론 포스코도 변화하고 있다. '부드러운 제철보국(製鐵報國)'으로의 진화다. 딱딱한 철강기업 이미지를 벗어나 점차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통섭형 인재를 강조하는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독특하다. 온라인 블로그를 개설하고 직원들과 아침식사를 함께하며 살을 맞대는 건 기본.틈 날 때마다 책도 추천한다. 최근에 권한 책은 김정운 명지대 교수가 쓴 '노는 만큼 성공한다'.놀이문화를 통해 창의력을 높이자는 뜻이 담겨 있다. 조만간 본사에 임직원들이 언제라도 이용할 수 있는 놀이방까지 만들기로 했다.

가끔 미술전시회도 권한다. 얼마 전엔 임원들과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을 단체 관람했다.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발휘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데도 세심하다. 취임하자마자 '금연 프로그램'을 가동했으며 자전거 출 퇴근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매일 오후 2시엔 스트레칭 타임도 갖는다. 물론 공부도 빼놓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은 포스코를 거대한 학습조직으로 바꿨다. 부장급 이상 간부들과 일부 임원은 각각 프로젝트에 따라 조를 구성,'열공 중'이다.

포스코의 경영 스타일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독점적 고로 철강사로서의 딱딱한 위상을 벗어던지고 좀더 부드럽고 창의적인 경영 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며 "국내외 제철소 투자와 기업 인수 · 합병(M&A)뿐만 아니라 리튬 등 첨단소재 개발 사업에 뛰어든 것도 달라진 포스코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