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으로 정부출연연구소 기관장으로 선출돼 관심을 모았던 한홍택 KIST 신임 원장이 세계 수준의 연구소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들을 제시하면서 정년연장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그는 그 이유로 "우수인재들이 연구소가 아닌 대학을 선호하는 것은 정년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고, 이는 연구원들의 사기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11년 전 외환위기 당시 단축된 정년에 대한 연장 요구가 그동안 이공계 출연연 등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한 원장의 문제 제기가 앞으로 어떻게 결론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실 외환위기 이후 대학에 비해 출연연 연구원들의 정년이 단축되면서 연구환경이 그만큼 불안정해졌고 연구자들의 사기 또한 크게 저하됐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얘기다. 그 바람에 우수한 인력들이 대학으로 대거 이직(移職)했다는 것은 과학기술계에서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요인들이 축적된 탓이 크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 원장은 대학의 테뉴어(정교수급 이상 65세 정년보장)와 같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추진하려는 정년연장이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란 점도 분명히 했다.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을 예우해 주기 위한 게 아니라 우수한 성과를 내는 연구원들이 연구현장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는 KIST만의 문제가 아니고,범정부 차원에서 논의를 거쳐야 할 사안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연구성과를 내기 위한 보완방안이 강구된다면 한 원장이 꺼낸 정년연장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출연연을 공기업 개혁과 같은 맥락에서 볼 게 아니라 대학과 더불어 어떻게 하면 연구와 혁신의 공급기지로 만들 것인가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처럼 연구인력들이 일방적으로 대학으로 유출되는 게 아니라 역으로 대학에서 교수들이 연구하고 싶다고 몰려드는 곳으로 출연연을 탈바꿈시켜야 한다.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보다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