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는 중국의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중국 기업들은 원자재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라틴아메리카에서 관련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고 자원 부국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미국의 뒷마당 위협'이라고 빗대어 표현한다.

하지만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사이에서 무역이 늘어나는 것을 미국이 잘 이용하기만 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과 라틴아메리카의 교류 증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중국이 이 지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실용적 목적 때문이다. 중국의 목적은 자국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영향력 확대는 중국의 주된 목표가 아니다.

중국이 상황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국은 자원 부국에서 원유 등 원자재를 시장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도 상대국에 20년 상환 특별 우대금리로 자금을 빌려줘왔다. 심지어 원자재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도 자원 생산국들이 중국보다 협상에서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중국이 공급 부족 사태를 우려해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안정적 원자재 확보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 철광석을 예로 들면 제철사들이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거래업체들이 가격 상승을 예상해 재고를 늘리면서 중국은 올해 막대한 철광석을 사들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단계적으로 축소될 것이고 과열됐던 인프라 투자와 철강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개발업체들도 지금 건설 붐을 기대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거품을 유발할 것이다. 최근 상하이증시의 하락은 중국의 성장세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견고하지 못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국 정부의 투자가 잘못됐다고 판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2007년 블랙스톤과 모건스탠리에 투자해 큰 손실을 냈다.

게다가 중국의 라틴아메리카 투자는 지역 내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이 원자재를 사들인 뒤 값싼 공산품을 수출해 이 지역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분명히 중국 상품은 미국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더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의 섬유산업은 중국산 제품에 밀려 큰 타격을 입었다. 반덤핑 제소도 이어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비슷하기 때문에 직접 경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도국과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가진 미국은 이 삼각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으로서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 자국의 시장을 개방해 중국과 경쟁시키는 것이 더 나은 카드다. 이는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국가 모두에 이득이 되는 윈윈 전략이다.

정리=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이 글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의 편집장인 휴고 레스탈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의 라틴아메리카 도전'이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