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국내외에서 작년 동기대비 20% 안팎의 판매 확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8월엔 일주일간의 단체휴업까지 했던 점을 감안하면 예상을 뛰어 넘는 좋은 실적이다. 특히 현대차는 중국 및 인도에서 사상 최대의 월간 판매 기록을 세웠다.

GM 도요타 등 경기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경쟁사와 달리 현대 · 기아차는 '나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81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은 6573억원으로,사상 최대였던 작년 2분기(6625억원) 수준을 달성했다. 기아차도 영업이익 3303억원이란 '깜짝'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률 7.1%는 2003년 4분기 이후 6년 만의 최고치다.

GM과 크라이슬러는 최근 전국 딜러들에게 미국 정부의 신차구입 보상금을 30일 앞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도요타 역시 보상금 선지급 시기를 아예 60일 전으로 앞당겼다. 신차 구입 보상금은 미국 정부가 중고차를 팔고 연비가 좋은 새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대당 3500~4500달러씩 지급하는 제도다. 각 딜러들이 새 차를 할인가격에 판매한 후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기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완성차 업체들이 30~60일간 그 액수만큼 무이자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보상금 선지급 프로그램은 현대차가 지난 7월 초 업계 최초로 도입,시행해온 제도다. 경쟁사들의 현대차 베끼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차가 올초 신차 구입 후 1년 내 실직하면 최대 7500달러를 돌려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시작하자,GM은 포장만 바꿔 'GM 토털 컨피던스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포드 역시 실직 때 12개월간 월 700달러까지 보상해주는 '포드 어드밴티지 플랜'을 내놓았다.

현대 · 기아차의 올 상반기 판매 감소폭은 2%에 그쳤다. 포드(-33%) 도요타(-26%) 닛산(-23%) GM(-22%) 혼다(-22%)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뛰어난 실적이다. 이 덕분에 현대 · 기아차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7.5%까지 뛰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대 · 기아차가 올 상반기 판매한 차량은 총 215만3000여 대다. 214만5000여 대를 판매한 포드를 8000여 대 차이로 제쳤다. 도요타,GM,폭스바겐에 이은 글로벌 4위 기록이다.

현대 · 기아차는 2000년 글로벌 판매 10위에 오른 이후 2006년 6위까지 올랐고,2007년부터 5위를 유지해 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4위 포드와 100만대 이상 격차를 보였었다.

메릴린치는 지난 7월 발표한 자동차 연례 보고서에서 7.4% 수준인 현대 · 기아차의 미국 점유율이 2013년 10.9%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완성차업체 중 가장 빠른 상승폭이다.

현대 · 기아차 성장의 일등공신은 중 · 소형급 차종이다. 경쟁모델 대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해외시장을 집중 공략해 왔다. 결정적인 계기는 '외환위기'였다. 당시 원화가치가 최대 80% 급락하면서 적극적인 저가 공세를 펼 수 있었다.

현대 · 기아차가 품질 경쟁력으로 눈을 돌린 것은 2000년대 초다. 최근 들어선 고급차 및 친환경차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양적 확대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개발비용만 5000억원을 투입한 고급차 제네시스를 작년 6월부터 미국에서 판매 중이다. 단 6개월 만에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내년 하반기에는 최고급 세단 에쿠스를 같은 지역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 · 기아차는 내년 중형급 하이브리드카(배터리 및 전기모터가 내연엔진을 보조하는 고연비 차량)를 국내보다 미국에서 먼저 출시하기로 했다.

중형급 하이브리드카는 신형 쏘나타 및 로체 차체에 ℓ당 20㎞ 수준의 연비를 내는 하이브리드 장치를 얹은 방식이다. 내연기관의 도움 없이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다.

현대 · 기아차는 현재 국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그린카를 내년 말까지 개발,일부 양산차의 실 주행연비를 20% 이상 개선할 계획이다. 스마트 그린카란 차량 및 외부환경 조건에 따라 차내 각 시스템을 제어해 주행에 필요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차량이다.

현대 · 기아차는 2012년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전기코드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하이브리드카) 및 수소연료전지차 생산에 나선다. 2018년엔 연 50만대의 하이브리드카와 연 3만대의 연료전지차를 각각 판매한다는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차의 핵심기술을 대부분 국산화했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