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신시장을 창출한다'는 전략으로 불황을 돌파해 왔다. 그 성과는 2분기 시장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영업이익 2조5000억원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비약을 이끌고 있는 주체 중 맨 앞줄에는 TV가 서 있었다. LED(발광다이오드) TV를 필두로 한 TV사업 부문은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위기돌파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래서 삼성전자의 LED TV 출시 전략은 불황기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을 만하다.

지난 3월 세계적 경제위기가 정점에 달했을 때 삼성은 LED TV를 출시했다. 사내에서도 "이런 불황에 기존 LCD TV보다 더 비싼 TV가 팔리겠느냐"는 이견도 있었다. 하지만 경영진은 "불황일수록 소비자들 사이에 화젯거리가 될 수 있는 상품,삼성 제품을 파는 판매상들에게 더 많은 부가가치를 줄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물론 치밀한 사전 조사를 통해 기존 TV보다 더 얇고 더 선명한 제품에 700~800 달러를 추가로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소비층이 있다는 것도 간파했다.

LED TV는 삼성전자 TV 기술의 집약체라고 할 만큼 많은 기술이 들어가 있다. 자체 개발한 '크리스털 LED 엔진'은 LED의 발광을 정교하게 제어해 블랙 컬러와 디테일 표현,잔상 없는 동영상 등 자연에 더 가까운 화질을 구현했다. 디자인도 기존 전자제품의 획일적,인공적인 느낌에서 탈피하기 위해 크리스털 느낌의 신소재를 사용해 투명한 블랙 베젤 내에 로즈 레드 컬러가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유리공예 작품과 같은 디자인을 완성했다. 또 튜너 일체형임에도 29.9㎜까지 두께를 줄여 슬림화를 실현했다. 한마디로 기술 혁신과 철저한 조사를 통해 LED TV라는 신규 시장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상반기 미국 디지털 TV시장에서 수량 기준으로는 점유율 26.6%를 기록했지만 금액기준으로는 36.0%를 차지,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명실상부한 1위 자리를 지켜냈음은 물론이다.

세계 1위 노키아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 휴대폰부문은 '보는 휴대폰'이란 컨셉트로 시장을 확대했다. 삼성은 휴대폰 후발주자였지만 2000년대 초부터 컬러폰,카메라폰,슬라이드폰 등 다양한 부가기능을 접목한 휴대폰을 만들어냈다. 올해는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활용,'보는 휴대폰' 시대를 열었다.

지난 6월 삼성전자가 '제트'와 '햅틱 아몰레드' 등 WVGA (800×480) AMOLED 패널을 채용한 신제품을 출시하자 노키아도 최근 2.6인치 QVGA급 AMO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제품을 내놨다. 삼성의 WVGA급 AMOLED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바일 디스플레이 가운데 최고의 화질을 자랑한다. 자연색감 거의 그대로 색을 재현한다. 삼성전자는 제트,햅틱 아몰레드에 이어 하반기 전략제품에 AMOLED 채용을 확대해 모바일 인터넷, 영상통화, 사진, 게임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사용이 많은 휴대폰 트렌드에 맞춰 '보는 휴대폰'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2분기 전 세계 반도체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한발 앞선 기술로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대표상품은 40나노급 DDR3 저전력 D램이다. 이 제품은 지난 7월 말 양산이 시작된 이래 불과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9월 월 생산량이 100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에는 10배 이상인 2000만개를 돌파할 것으로 삼성은 보고 있다.

삼성은 작년 9월부터 50나노 2기가 DDR3 D램 제품을 양산하면서 대형 서버업체의 수요를 끌어들이며 지난해 초 30% 초반 대에 머물렀던 서버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말 50%까지 올렸다. 50나노 2기가 DDR3 D램을 통해 저전력 서버의 우수성을 검증한 대형 서버업체는 성능을 더욱 개선할 수 있는 40나노 2기가 DDR3 D램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50나노 D램 대비 성능과 친환경 솔루션을 더욱 강화한 40나노 D램을 양산함으로써 경쟁력 격차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또 실리콘 대신 신소재를 사용한 대용량 저장기능의 D램,고속동작의 S램,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플래시메모리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SDI는 2차전지를 통해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 노트북 휴대폰에 들어가는 2차전지에서 쌓은 노하우로 자동차용 전지부문에 진출,독일 BMW에 납품을 성사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2차전지 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여 삼성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