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한가닥으로 영화 한 편(650MB 용량)을 80초 만에 전송하는 디지털 원사,종이보다 가벼운 초경량 원단,땀을 냉매로 전환해 체온을 3도 낮춰주는 첨단 섬유….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프리뷰 인 서울 2009'에는 214개 섬유업체가 참여해 유기농 소재의 친환경섬유,고강도 슈퍼섬유,정보기술(IT)이 접목된 스마트 섬유 등 다양한 기능을 지닌 산업용 신섬유를 선보였다. 이날 전시회에 나온 고기능성 신섬유는 대부분 상용화되거나 상용화를 앞둔 것이어서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세계 최고의 전송성능(80Mbps)을 가진 디지털 원사를 내놓았다. 디지털 원사는 구리 성분의 마이크로 와이어를 특수 수지로 코팅한 후 일반 실로 감싼 것이다. 광케이블과 같은 데이터 전송능력을 가지면서 굵기는 머리카락 2~3가닥에 불과하다. 디지털 원사로 짠 옷은 약한 전기가 흘러 소형 디지털기기를 옷과 일체형으로 만들 수 있다. 디지털 원사를 적용한 군복은 명함 크기의 무선통신 장비를 옷속에 내장할 수 있어 4~10㎏에 달하는 무전기를 대체할 수도 있다.

영풍필텍스는 종이보다 가벼운 초경량 원단인 '에어셸'을 선보였다. 에어셸로 만든 성인용 재킷 무게는 100g으로 기존 스포츠용 원단인 고어텍스 무게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나일론 소재의 극세사로 뽑은 에어셸은 일본에서 전량 들여오던 초경량 원단의 수입대체 효과도 거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기준으로 코오롱 K2 등 국내 아웃도어 의류에 사용되는 초경량 원단의 70%를 공급했다"며 "방수 발한 등 특수 기능을 결합한 초경량 원사도 곧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첨단 기능을 갖춘 지능형 섬유도 눈길을 끌었다. 벤텍스는 의류를 착용한 사람의 체온조절을 해주는 '아이스필'과 '메가히트'를 소개했다. 아이스필은 원단에 자일리톨 성분을 가공,땀이 자일리톨과 반응할 때 3℃ 정도의 체열을 발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반대로 메가히트는 섬유의 집열 단열 발열효과를 한꺼번에 사용,미량의 햇빛을 섬유 속에 축적할 수 있어 일반 섬유보다 표면 온도를 4℃가량 높일 수 있는 보온섬유다.

웰빙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친환경 섬유도 선보였다. 쌍영방적은 닥나무를 원료로 만든 한지를 얇게 썰어낸 후 이를 꼬아서 만든 한지사(絲)를 내놓았다. 한지섬유는 일반 면보다 건조성이 2배가량 높아 양말 속옷류로 적합하다. 항균성도 높아 아토피 방지용 어린이 의류나 치료용 거즈로 사용할 수 있다.

하명근 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은 "세계 섬유교역량은 중국의 저가품이나 범용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중요도는 신섬유 쪽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며 "현재 25% 수준에 그치고 있는 국내 산업용 신섬유 생산비중을 높이기 위해 연합회 차원의 지원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