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직원의 임금삭감 여부를 놓고 은행권 임금협상이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들이 연봉 20% 안팎을 깎기로 방침이 결정된 신입행원 채용절차에 들어갔다.

산업은행은 하반기 85명 내외의 신입행원을 채용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이달 4~14일 인터넷으로 지원서를 접수,서류전형과 필기시험,1 · 2차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산업은행이 올해초 신입직원의 연봉을 20% 삭감하기로 방침을 정해 이들 신입행원의 연봉은 지난해 기준 3600만원에서 2900만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산은 노조가 급여체계 혼선과 기존 직원의 임금 재배분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노사협의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이달 22일 채용공고를 내고 200명 안팎의 신입행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기은도 신입행원의 임금 20%를 삭감할 방침이어서 지난해 기준 3700만원이던 초임 연봉이 산은과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도 노조가 임금 20% 삭감 방침에 동의함에 따라 신입직원 200명 선발공고를 이달 중 낼 예정이다.

반면 오는 6일까지 150명을 채용키로 한 하나은행을 비롯 국민 신한 등 대부분의 민간은행들은 신입사원 임금삭감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소속의 경남은행도 100명 안팎의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공고를 발표했지만 임금에 대해서는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입행원 채용은 노조와의 협의 대상은 아니지만 미래 노조원의 임금과 관련된 사안이라 사전에 협의하는 게 관례여서 일방적으로 사측이 방침을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민간은행의 대졸 초임 연봉은 4200만~4500만원 선이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기업들은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신입직원 급여를 20% 삭감하기로 하고 채용절차를 밟고 있거나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들 회사의 내년 신입사원 대졸 초임은 2900만원으로 국책은행과 마찬가지고 300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책정됐다.

그러나 산별노조인 금융노조가 개별 은행과 공기업의 지부별 임금삭감 합의는 무효라는 입장이어서 신입직원 채용을 둘러싼 금융노사의 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임금삭감 방침이 워낙 확고해 내년 이후에 급여체계를 조정하더라도 일단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