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은 修行 중] <5ㆍ끝> 박은주 김영사 대표 "아침, 저녁 금강경 읽으며 '마음 洗手'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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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여동안 2만 여번 독송 '정직과 존중' 경영방침도 금강경의 가르침이죠"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먼나라 이웃나라》 《성철스님 시봉이야기》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와 양서를 내온 김영사의 박은주 대표(52).그는 매일 새벽 5시면 108배로 몸을 푼 다음 방석에 무릎을 꿇고 몸을 세운 채 '금강경'을 소리 내서 읽기 시작한다.
"여시아문(如是我聞)하사오니 일시(一時)에 불(佛)이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祈樹給孤獨園)하사 여대비구중천이백오십인(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으로)…."
백성욱 전 동국대 총장이 토를 단 금강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7~28분가량.곧이어 합장한 채 자신의 마음과 대화를 나눈다.
나는 부처님 말씀대로 살았는가,일을 하면서 또는 사람을 대하면서 욕심이나 감정에 끌려 다니지 않았는가.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지며 일상의 삶을 돌아보고 하루를 내 마음의 참 주인으로 살기 위한 자세를 가다듬는다. 박 대표는 저녁 8시에 또 한 차례 108배와 금강경 독송으로 하루를 정리한다.
"1984년 김정섭 전 사장님 권유로 '금강경' 독송을 시작했으니 25년이 훌쩍 넘었네요. 처음에는 한문으로 된 금강경을 뜻도 모른 채 읽으면서 사전을 펴놓고 해석하고 외우고 그랬죠.벌써 한 2만번은 읽었을 겁니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 글을 백번 읽으면 뜻이 저절로 이해됨)이라고,소리 내서 읽다보니 어느 순간에 뜻이 통하더군요. "
대학(이화여대 수학과)을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자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3년 김영사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로 전 해에 김영사를 창립한 김 전 사장은 백성욱 박사에게 금강경 독송 수행법을 배운 제자였다. 삶과 죽음,존재와 우주 등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박 대표에게 김 전 사장은 어느날 저녁 퇴근 무렵 금강경을 툭 던져주며 읽어보라고 했다.
"금강경은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의 세계,마음의 진수를 보여주는 맑은 거울입니다. 살면서 일이나 사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고민하고 화 내고 욕심을 부리느라 낀 마음의 때를 저는 금강경을 읽으면서 닦습니다. 매일 아침,저녁마다 세수를 하듯 마음의 세수를 하는 거죠."
박 대표는 지금 눈앞에 부처님이 살아서 법문을 한다는 생각으로 금강경을 읽는다고 했다. 날마다 독송하는 금강경이지만 자신의 일상적 삶을 금강경에 비춰보면 그때마다 새롭다고 한다. '지금 여기 부처님이 계신다면 어떻게 할까'라며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다보면 금강경은 단순히 책이 아니라 살아있는 법문이 된다는 것이다.
"날마다 금강경을 읽고 108배를 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허리도 엄청 아프고 하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순간을 이기고 나면 정말 재미있어요. 꾸준히 수행하려면 스스로 꾀를 부리지 않도록,핑계거리를 찾지 않도록 규칙을 만들어 놓아야 해요. 몸도 규칙이 있어야 말을 듣거든요. "
박 대표는 금강경을 통해 마음 다스리는 법을 발견했다고 한다. 개인의 삶도,회사 경영도 금강경에서 배운대로 한다고 했다. 욕심이나 욕망,감정이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늘 금강경에 비춰보며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얘기다. 정직과 존중이라는 경영 방침도 금강경에서 나왔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빠지기 쉬운 게 '숫자의 미신'입니다. 매출,순이익 등 경영의 결과가 수치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 숫자를 더 높이고,1등을 하고,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죠.그러나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매출 확대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와 인류에 공헌하는 겁니다. 따라서 숫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많이 팔리는 책보다는 피와 살이 되는 책을 내려고 노력하지요. "
책 만드는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베스트셀러의 유혹'도 마찬가지다. 김영사만큼 베스트셀러를 많이 낸 출판사도 드물지만 그럴수록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싶은 욕심과 유혹도 커진다. 그럴 때마다 박 대표는 흔들리는 마음을 제 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금강경을 떠올린다. 금강경은 집착과 편견,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강조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마음을 다스리려면 한눈을 팔아선 안 된다"며 "삶의 전 영역을 금강경으로 늘 비추고 있으면 범이 길목을 지키다 먹잇감을 덮치듯이 욕심과 욕망,미움과 화같은 감정이 일어날 때마다 바로 낚아채서 제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여시아문(如是我聞)하사오니 일시(一時)에 불(佛)이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祈樹給孤獨園)하사 여대비구중천이백오십인(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으로)…."
백성욱 전 동국대 총장이 토를 단 금강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7~28분가량.곧이어 합장한 채 자신의 마음과 대화를 나눈다.
나는 부처님 말씀대로 살았는가,일을 하면서 또는 사람을 대하면서 욕심이나 감정에 끌려 다니지 않았는가.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지며 일상의 삶을 돌아보고 하루를 내 마음의 참 주인으로 살기 위한 자세를 가다듬는다. 박 대표는 저녁 8시에 또 한 차례 108배와 금강경 독송으로 하루를 정리한다.
"1984년 김정섭 전 사장님 권유로 '금강경' 독송을 시작했으니 25년이 훌쩍 넘었네요. 처음에는 한문으로 된 금강경을 뜻도 모른 채 읽으면서 사전을 펴놓고 해석하고 외우고 그랬죠.벌써 한 2만번은 읽었을 겁니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 글을 백번 읽으면 뜻이 저절로 이해됨)이라고,소리 내서 읽다보니 어느 순간에 뜻이 통하더군요. "
대학(이화여대 수학과)을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자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3년 김영사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로 전 해에 김영사를 창립한 김 전 사장은 백성욱 박사에게 금강경 독송 수행법을 배운 제자였다. 삶과 죽음,존재와 우주 등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박 대표에게 김 전 사장은 어느날 저녁 퇴근 무렵 금강경을 툭 던져주며 읽어보라고 했다.
"금강경은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의 세계,마음의 진수를 보여주는 맑은 거울입니다. 살면서 일이나 사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고민하고 화 내고 욕심을 부리느라 낀 마음의 때를 저는 금강경을 읽으면서 닦습니다. 매일 아침,저녁마다 세수를 하듯 마음의 세수를 하는 거죠."
박 대표는 지금 눈앞에 부처님이 살아서 법문을 한다는 생각으로 금강경을 읽는다고 했다. 날마다 독송하는 금강경이지만 자신의 일상적 삶을 금강경에 비춰보면 그때마다 새롭다고 한다. '지금 여기 부처님이 계신다면 어떻게 할까'라며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다보면 금강경은 단순히 책이 아니라 살아있는 법문이 된다는 것이다.
"날마다 금강경을 읽고 108배를 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허리도 엄청 아프고 하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순간을 이기고 나면 정말 재미있어요. 꾸준히 수행하려면 스스로 꾀를 부리지 않도록,핑계거리를 찾지 않도록 규칙을 만들어 놓아야 해요. 몸도 규칙이 있어야 말을 듣거든요. "
박 대표는 금강경을 통해 마음 다스리는 법을 발견했다고 한다. 개인의 삶도,회사 경영도 금강경에서 배운대로 한다고 했다. 욕심이나 욕망,감정이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늘 금강경에 비춰보며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얘기다. 정직과 존중이라는 경영 방침도 금강경에서 나왔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빠지기 쉬운 게 '숫자의 미신'입니다. 매출,순이익 등 경영의 결과가 수치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 숫자를 더 높이고,1등을 하고,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죠.그러나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매출 확대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와 인류에 공헌하는 겁니다. 따라서 숫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많이 팔리는 책보다는 피와 살이 되는 책을 내려고 노력하지요. "
책 만드는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베스트셀러의 유혹'도 마찬가지다. 김영사만큼 베스트셀러를 많이 낸 출판사도 드물지만 그럴수록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싶은 욕심과 유혹도 커진다. 그럴 때마다 박 대표는 흔들리는 마음을 제 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금강경을 떠올린다. 금강경은 집착과 편견,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강조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마음을 다스리려면 한눈을 팔아선 안 된다"며 "삶의 전 영역을 금강경으로 늘 비추고 있으면 범이 길목을 지키다 먹잇감을 덮치듯이 욕심과 욕망,미움과 화같은 감정이 일어날 때마다 바로 낚아채서 제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