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 회사인 피치가 2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상향 조정했다.

피치는 이날 등급위원회를 열어 한국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9개월 전에 낮췄던 등급 전망을 다시 높였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피치가 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을 낮춘 37개국(지난해 10개국,올해 27개국) 가운데 등급 전망을 다시 높인 나라는 한국과 우루과이 두 나라뿐이며,투자적격등급(BBB-) 이상에 속하는 나라로는 한국이 유일하다.

피치는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한 이유로 거시경제 지표 및 외화 유동성이 개선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펼친 점을 꼽았다.

에이 링 니암 아시아평가담당 디렉터는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외화 유동성 지원을 통해 은행들의 외화 조달 어려움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단기 외채 부담도 줄어들었다"며 "2분기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수출 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등 한국 경제가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정 건전성과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가 보수적인 재정정책을 펴는 만큼 2011년까지 균형 재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치는 다만 북한 리스크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UN)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에 착수하면서 북한 경제가 더욱 고립되고 이는 한국의 통일비용을 급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피치는 국가신용등급 전망에 이어 한국전력과 수력원자력 · 동서발전 등 한전 자회사 6곳,도로공사 토지공사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11개 공기업의 등급 전망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태명/박신영 기자 chihiro@hankyung.com


◆국가신용등급이란

무디스,S&P,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 회사들은 매년 각 나라의 대내외 경제상황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매긴다. 무디스는 21등급(Aaa~C),S&P는 21등급(AAA~D),피치는 24등급(AAA~D)으로 나눠 평가한다.

신용평가 회사들은 또 각 나라의 향후 경제 전망을 토대로 '안정적' '부정적' 등의 등급 전망도 매긴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면 수개월 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고 '안정적'이면 당분간 현 신용등급을 유지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