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1년] (5) 출구전략도 국제공조…이달 G-20 회의서 '윤곽' 나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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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끝) 격변의 현장을 가다 ⑤출구전략 시기 저울질
'조심스러운 낙관 분위기-승리감은 없었다. '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1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례 심포지엄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악셀 베버 독일 중앙은행 총재 등 참석자들은 최악의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비슷한 시기 본지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 리더들과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결과도 같았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각국 리더들과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고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행한 금리 인하와 막대한 유동성 공급 및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는 이른바 출구전략(Exit Strategy)의 조속한 시행에는 반대했다.
월가에선 FRB가 제로(0) 수준까지 떨어뜨린 금리를 인상하는 시점에 대해 빨라야 내년 말께라고 보고 있다.
월가의 대표주자인 골드만삭스는 2011년 이후에나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나마 최근의 회복 분위기를 반영해 2012년 이후에서 앞당긴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이 같은 견해를 내는 이유는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올 하반기 반짝 개선됐다가 내년엔 다시 둔화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 회사의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올 하반기 3.0%(전분기 대비 연율),내년 상반기 2.0%,내년 하반기 1.5% 등이다. 상업용 부동산 문제에 따른 지역은행의 연쇄도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의 개선 양상은 정부의 부양책에 의해 이뤄진 것이며 민간소비 회복은 멀었다는 게 이 회사의 공식 입장이다.
존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리서치 헤드는 오히려 "당분간 양적 완화를 유지해 경기회복세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투자은행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바클레이즈는 2011년 초,크레디트스위스는 2010년 말로 제시하고 있다.
중앙은행과 별도로 미국 정부는 세금을 더 걷는 방법으로 자금을 환수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경기부양 재원 마련 및 재정건전성 악화 방지 대책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의 폐지로 10년간 2100억달러의 세금을 확보하고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리는 등 고소득층에 부유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영국이나 독일 등 유럽도 미국과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영국의 경우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이 나서 "재정건전성이 우려되긴 하지만 실업률이 아직 높은 수준이고 금융부실도 말끔히 정리되지 않아 경제 회복에 리스크가 여전히 있다"고 말할 정도다.
영국중앙은행(BOE)도 글로벌 출구전략 논란이 가중되던 지난달 19일 500억파운드(840억달러) 규모의 추가 국채 매입을 선언했다. 추가 양적 완화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영국에선 금리를 언제 올려야 할지에 대한 논란도 적은 편이다.
BOE는 금융위기로 금리를 연 5.0%에서 연 0.5%로 내렸다. 마틴 윌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 소장은 다만 "지금처럼 빠른 경기회복이 이어진다면 내년 초 정도에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독일에서도 독일 내 모기지은행의 부실이 천문학적 수준이어서 추가 양적 완화 조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 자체를 빨라야 연말,또는 내년에 얘기하자(스테픈 빌마이어 도이치뱅크 경제연구소장)는 게 지배적 분위기다. 주요국 외에는 이스라엘이 최근 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인상했지만 글로벌 위기에 따른 타격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선진국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은 오히려 중국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중국은 4조위안(5850억달러)의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붓고 7조3000억위안(1조688억달러)의 신규 대출을 풀다 보니 시중에 돈이 지나치게 많이 풀렸다는 진단이다. 실물경제에서도 3분기 성장률이 9.4%에 이를 것이란 전망(골드만삭스)이 나오는 등 생산 과잉 등 신버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하반기 들어 대출을 죄는 등 광의의 출구전략에 착수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이 긴축기조로 돌아섰을 때 세계경제가 재차 하강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존 립스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가 최근 "출구전략 정책을 펴는 데에 국제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출구전략 방향은 런던에서 4~5일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와 오는 24~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세계경제에서 미국과 유럽의 비중이 절대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경기부양책을 성급하게 철회하고 출구전략을 서둘러 시행해선 안 된다는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특별취재팀 : 뉴욕=박준동 / 런던=정종태 / 프랑크푸르트 = 송종현 기자 이익원 뉴욕 / 조주현 베이징특파원 jdpower@hankyung.com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1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례 심포지엄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악셀 베버 독일 중앙은행 총재 등 참석자들은 최악의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비슷한 시기 본지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 리더들과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결과도 같았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각국 리더들과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고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행한 금리 인하와 막대한 유동성 공급 및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는 이른바 출구전략(Exit Strategy)의 조속한 시행에는 반대했다.
월가에선 FRB가 제로(0) 수준까지 떨어뜨린 금리를 인상하는 시점에 대해 빨라야 내년 말께라고 보고 있다.
월가의 대표주자인 골드만삭스는 2011년 이후에나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나마 최근의 회복 분위기를 반영해 2012년 이후에서 앞당긴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이 같은 견해를 내는 이유는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올 하반기 반짝 개선됐다가 내년엔 다시 둔화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 회사의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올 하반기 3.0%(전분기 대비 연율),내년 상반기 2.0%,내년 하반기 1.5% 등이다. 상업용 부동산 문제에 따른 지역은행의 연쇄도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의 개선 양상은 정부의 부양책에 의해 이뤄진 것이며 민간소비 회복은 멀었다는 게 이 회사의 공식 입장이다.
존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리서치 헤드는 오히려 "당분간 양적 완화를 유지해 경기회복세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투자은행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바클레이즈는 2011년 초,크레디트스위스는 2010년 말로 제시하고 있다.
중앙은행과 별도로 미국 정부는 세금을 더 걷는 방법으로 자금을 환수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경기부양 재원 마련 및 재정건전성 악화 방지 대책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의 폐지로 10년간 2100억달러의 세금을 확보하고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리는 등 고소득층에 부유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영국이나 독일 등 유럽도 미국과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영국의 경우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이 나서 "재정건전성이 우려되긴 하지만 실업률이 아직 높은 수준이고 금융부실도 말끔히 정리되지 않아 경제 회복에 리스크가 여전히 있다"고 말할 정도다.
영국중앙은행(BOE)도 글로벌 출구전략 논란이 가중되던 지난달 19일 500억파운드(840억달러) 규모의 추가 국채 매입을 선언했다. 추가 양적 완화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영국에선 금리를 언제 올려야 할지에 대한 논란도 적은 편이다.
BOE는 금융위기로 금리를 연 5.0%에서 연 0.5%로 내렸다. 마틴 윌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 소장은 다만 "지금처럼 빠른 경기회복이 이어진다면 내년 초 정도에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독일에서도 독일 내 모기지은행의 부실이 천문학적 수준이어서 추가 양적 완화 조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 자체를 빨라야 연말,또는 내년에 얘기하자(스테픈 빌마이어 도이치뱅크 경제연구소장)는 게 지배적 분위기다. 주요국 외에는 이스라엘이 최근 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인상했지만 글로벌 위기에 따른 타격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선진국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은 오히려 중국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중국은 4조위안(5850억달러)의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붓고 7조3000억위안(1조688억달러)의 신규 대출을 풀다 보니 시중에 돈이 지나치게 많이 풀렸다는 진단이다. 실물경제에서도 3분기 성장률이 9.4%에 이를 것이란 전망(골드만삭스)이 나오는 등 생산 과잉 등 신버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하반기 들어 대출을 죄는 등 광의의 출구전략에 착수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이 긴축기조로 돌아섰을 때 세계경제가 재차 하강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존 립스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가 최근 "출구전략 정책을 펴는 데에 국제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출구전략 방향은 런던에서 4~5일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와 오는 24~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세계경제에서 미국과 유럽의 비중이 절대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경기부양책을 성급하게 철회하고 출구전략을 서둘러 시행해선 안 된다는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특별취재팀 : 뉴욕=박준동 / 런던=정종태 / 프랑크푸르트 = 송종현 기자 이익원 뉴욕 / 조주현 베이징특파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