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1년] 탄력받은 한국 경제…'들썩이는 집값'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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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끝) 격변의 현장을 가다
한국 '위기탈출' 서광
한국 '위기탈출' 서광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정책금리를 먼저 올려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
지난달 말 뉴욕 맨해튼 바클레이즈캐피털 본사에서 만난 미셸 마이어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경제 진단이다. 한국이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빨리 벗어나고 있는 만큼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먼저 실행에 옮기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경제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역시 지난 5월 말 한국이 위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할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한국의 각종 경제지표는 외국 경제학자들의 분석처럼 빠른 회복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5.1%(전 분기 대비)로 곤두박질친 성장률은 1분기에 0.1%의 플러스 성장을 이뤘다. 2분기엔 2.3%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 수치마저 2.6%로 조정됐다. 3분기에나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회복 속도가 6개월 정도 앞서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분기 성장률이 가장 높다.
게다가 지난 7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전환해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에 근거해 일본 다이와증권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0.1%를 기록,마이너스 성장을 탈출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2%대에서 안정돼 있으며 실업률도 3.7%(7월)로 미국의 9.4%나 영국의 7.8% 등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금융시장의 회복세는 실물에 비해 더 빠르다. 코스피지수는 리먼브러더스가 부도나기 전인 지난해 9월12일 1477에서 한때 900선까지 미끄러졌지만 이제 1600선을 넘어섰다.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스프레드도 지난해 말 한때 700bp(100bp=1%포인트)까지 치솟았다가 지금은 지난해 8월 말 수준인 125bp 수준으로 안정됐다.
한국은 오히려 부동산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급증이 문제로 대두될 정도다. 서울 강남지역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는 최근 5개월 새 최고 70% 올라 사상 최고가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서울의 다른 지역도 들썩거릴 조짐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한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위기 이후에도 집값이 별로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오르고 있어 걱정"이라며 "특히 소득 대비 집값 등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 지금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값 상승은 가계대출을 키워 향후 금융위기의 불씨를 낳을 공산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7월 말 기준 전국 가계 빚은 700조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2004년 말 475조원에 비해 225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증가액의 대부분은 집 마련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가 연간 부담하는 이자만 40조원에 이르는데 미국처럼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 비슷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다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저축을 할 수가 없고 소비를 늘릴 수 없어 기업의 생산 및 투자를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빠른 회복과 자산가격 상승은 사상 초유의 저금리에다 정부와 한은이 막대한 자금을 풀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 2분기 성장률 2.6% 중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효과는 1.6%포인트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위기는 일단 진화됐기 때문에 부작용을 막는 일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내년 세금을 인상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한은도 은행 등에 공급했던 자금 27조원 중 17조원을 회수했다.
이제 남은 일은 기준금리(정책금리)를 언제 인상하느냐는 것.이 총재는 "일단 3분기의 경제 및 부동산시장 동향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만약 3분기 성장률이 견조하고 부동산가격 상승폭이 예상 외로 커진다면 오는 11월께부터는 금리 인상을 본격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미국 유럽 등 외국의 경제 상황이 여전히 불투명해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률이 나올지,그리고 금리를 인상하고 난 뒤 경기가 다시 고꾸라지는 이른바 '더블딥'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분석해야 해 올해 중 금리 인상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지난달 말 뉴욕 맨해튼 바클레이즈캐피털 본사에서 만난 미셸 마이어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경제 진단이다. 한국이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빨리 벗어나고 있는 만큼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먼저 실행에 옮기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경제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역시 지난 5월 말 한국이 위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할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한국의 각종 경제지표는 외국 경제학자들의 분석처럼 빠른 회복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5.1%(전 분기 대비)로 곤두박질친 성장률은 1분기에 0.1%의 플러스 성장을 이뤘다. 2분기엔 2.3%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 수치마저 2.6%로 조정됐다. 3분기에나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회복 속도가 6개월 정도 앞서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분기 성장률이 가장 높다.
게다가 지난 7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전환해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에 근거해 일본 다이와증권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0.1%를 기록,마이너스 성장을 탈출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2%대에서 안정돼 있으며 실업률도 3.7%(7월)로 미국의 9.4%나 영국의 7.8% 등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금융시장의 회복세는 실물에 비해 더 빠르다. 코스피지수는 리먼브러더스가 부도나기 전인 지난해 9월12일 1477에서 한때 900선까지 미끄러졌지만 이제 1600선을 넘어섰다.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스프레드도 지난해 말 한때 700bp(100bp=1%포인트)까지 치솟았다가 지금은 지난해 8월 말 수준인 125bp 수준으로 안정됐다.
한국은 오히려 부동산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급증이 문제로 대두될 정도다. 서울 강남지역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는 최근 5개월 새 최고 70% 올라 사상 최고가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서울의 다른 지역도 들썩거릴 조짐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한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위기 이후에도 집값이 별로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오르고 있어 걱정"이라며 "특히 소득 대비 집값 등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 지금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값 상승은 가계대출을 키워 향후 금융위기의 불씨를 낳을 공산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7월 말 기준 전국 가계 빚은 700조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2004년 말 475조원에 비해 225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증가액의 대부분은 집 마련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가 연간 부담하는 이자만 40조원에 이르는데 미국처럼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 비슷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다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저축을 할 수가 없고 소비를 늘릴 수 없어 기업의 생산 및 투자를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빠른 회복과 자산가격 상승은 사상 초유의 저금리에다 정부와 한은이 막대한 자금을 풀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 2분기 성장률 2.6% 중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효과는 1.6%포인트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위기는 일단 진화됐기 때문에 부작용을 막는 일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내년 세금을 인상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한은도 은행 등에 공급했던 자금 27조원 중 17조원을 회수했다.
이제 남은 일은 기준금리(정책금리)를 언제 인상하느냐는 것.이 총재는 "일단 3분기의 경제 및 부동산시장 동향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만약 3분기 성장률이 견조하고 부동산가격 상승폭이 예상 외로 커진다면 오는 11월께부터는 금리 인상을 본격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미국 유럽 등 외국의 경제 상황이 여전히 불투명해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률이 나올지,그리고 금리를 인상하고 난 뒤 경기가 다시 고꾸라지는 이른바 '더블딥'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분석해야 해 올해 중 금리 인상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