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제적 공조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틀 안에서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함께 세계 주요 은행들이 또 다른 파산을 우려해 대출을 중단하고 세계 금융 인프라를 순식간에 마비시키면서 위기를 증폭한 메커니즘을 손질하자는 게 논의의 골자다.

일단 지난 두 차례의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금융규제 개선 방안의 핵심은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강화와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과다한 보상체계의 손질이다. 조세회피지역과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은행 비밀주의 철폐,신용평가사 규제,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개혁 등도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지적돼 로드맵이 마련 중이다.

◆국가를 위협하는 은행은 안 된다

지난해 9월 리먼 사태와 함께 촉발된 금융위기 당시 각국 정부가 내놓은 1단계 조치는 엄청난 자본과 유동성을 투입,은행들을 구제하면서 금융 기능을 정상화시킨 것이다. 따라서 1차적 해법도 비대해진 은행들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강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의 자기자본 규제를 강화하고 이행 과정을 점검한다는 원칙 아래 구체적인 규제 수준을 정하는 실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국제적으로 통용돼온 자본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현행 8%에서 12% 안팎으로 상향 조정하거나 건전성 기준 자체를 아예 가장 보수적 잣대인 단순자기자본비율(TCE)로 변경하거나,유사시에 대비해 완충자본을 설정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G20 내에서도 영국과 독일이 비교적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최근 은행 대차대조표에 따른 다양한 구조의 자본 요구 조건을 포함해 대형 은행들이 소형 은행들에 비해 더 많은 자본을 쌓도록 만들자는 제안을 한 상태다. 영국도 금융당국이 상태가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금융회사들에 자본 수준을 높이라고 강요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은행들의 재무 상태가 취약한 일본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지나치게 높이면 대출이 힘들어져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줄 수 있는 만큼 '극단적 조치'는 제외돼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과도한 보너스 잔치는 그만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막대한 보너스가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한 원인으로 꼽히면서 이를 규제하기 위한 세부 방안도 마련 중이다.

특히 프랑스는 최근 은행 보너스 액수에 대한 제한과 지급액 공개 외에도 트레이더에 대해서는 보너스 지급을 3년간 보류하고 장기 실적에 따라 수당을 삭감할 수 있도록 하는 해결 방안을 내놨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BNP파리바 등 프랑스 6대 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을 갖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만 엄격한 규제를 도입할 경우 금융회사들이 프랑스를 떠날 가능성이 큰 만큼 이 같은 기준이 국제사회에서 공통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이달 미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이를 공론화한다는 계획이다.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 같은 방향에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급여와 보너스는 단기적인 수익 전망이 아니라 장기적인 성과에 기반해 지급해야 하며,만일 은행이 좋지 않은 성과를 냈을 경우에는 지급한 보너스를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 보너스의 상한제 도입 등 각론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고,미국과 일본은 과잉 보너스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는 유동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각각의 이슈에 대한 각국 정부의 입장과 전략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물밑 협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국제적인 금융그룹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 예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특별취재팀 : 뉴욕=박준동 / 런던=정종태 / 프랑크푸르트 = 송종현 기자 이익원 뉴욕 / 조주현 베이징특파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