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욱 대표의 집무실에는 책상과 집기 외에 세면·요리·목욕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그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퇴근 후 집에 갈 정도로 회사 업무에 매달린다. 엄 대표는 "예전에는 집무실에서 누워 잘 수 있는 소파도 있었는데 집에 좀 들어오라는 가족들의 성화로 어머니가 치워버렸다"며 "여전히 일이 바쁘다 보니 집에 못 갈 때에는 여관에서 잔다"고 말했다.

입사 20년차인 그는 회사 일에 대해서는 철사 구부리는 것부터 자금조달 및 제품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것이 없는 이른바 '빠꼼이'다. 지금까지 회사에서 개발한 수백종의 카트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특허 40여개를 비롯해 100건에 이르는 카트 관련 지식재산권은 모두 그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마트의 이동수단인 오토워크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고정되는 바퀴를 개발한 것.

엄 대표는 지난해 철사에 중금속인 아연도금을 하지 않아 인체에 무해한 데다 제품에 페인트 칠을 하는 대신 투명파우더를 코팅한 이른바 친환경카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제품의 플라스틱 재질 부품은 모두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져 사람에게 해롭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대형 유통업체의 체인점에 연간 약 20억원어치씩 납품되고 있다. 엄 대표는 "아직도 국내 업계에서는 단가 문제 때문에 잡고만 있어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될 위험이 있는 폴리염화비닐(PVC)로 손잡이 등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친환경 제품이라는 장점이 유럽에서도 호평받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엄 대표는 현재 계획 중인 신개념 카트 2종이 내년 중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손잡이 부분에 모니터와 RFID 판독기를 달아 소비자가 특정한 상품코너를 지날 때 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자사의 상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가 상품을 카트에 담을 때 자동으로 RFID 칩을 읽어 금액을 계산할 수 있게 하는 제품이 될 전망이다.

또 철이 아닌 특수 소재로 만들어 현재 개당 약 20㎏씩 나가는 기존 카트의 무게를 40% 이상 줄여 한 손으로도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초경량 카트도 만들 예정이다. 현재 디자인작업이 마무리돼 내년 6월께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회사는 기존 코인록(Coin-lock)의 절반 크기인 신형 코인록도 개발,오는 10월부터 이탈리아에 수출할 계획이다. 엄 대표는 "우체국이나 병원 등 운반수단이 필요한 곳에도 카트를 공급하는 등 회사의 외연을 넓혀 100년 가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