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정운찬 총리 카드를 최종 선택한 데는 경제전문성과 참신성 외에 현 정부의 뜨거운 감자인 '세종시' 문제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충남 공주 출신인 정 총리 내정자를 앞세워 국회에서 공전만 거듭한 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세종시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실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 총리후보론이 물건너간 후 화합 차원에서 호남 출신 인사들이 거론됐지만 다시 충청권 인사로 선회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 내정자는 서울대 총장 시절이던 2002년 12월 "모든 것이 서울에 모여 있는 상황에서 서울대가 지방에 가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행정수도가 생긴다면 그곳에 제2캠퍼스를 두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관악캠퍼스가 과밀상태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올 들어 세종시 문제에 보조를 맞추면서 세종시의 지위를 기존 '광역시-알파'에서 '기초단체+알파'로 변경하되 이전 부처를 줄이는 대신 서울대 등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의 이전을 고려하는 대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시점에 정 내정자를 낙점한 것은 정부기관의 이전 반대를 대놓고 밝힐 수 없는 청와대가 충청 도민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세종시 문제를 원만하게 마무리할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 내정자도 "경제학자 입장에서 봤을 때 지금의 행정수도는 효율적인 플랜은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향후 총리 취임 후 세종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