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주들이 신용등급 상향 기대로 동반 강세를 보였다. 주도주들이 조정을 받는 동안 상대적으로 덜 오른 은행주로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에 소폭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이 지속되고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등 은행들의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은행주들의 강세는 가격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증시의 낙폭을 제한해주는 완충제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코스피지수는 3일 0.37포인트(0.02%) 오른 1613.53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과 운수장비업종지수가 각각 1.82%와 2.46% 하락하며 투자심리를 압박했지만 은행과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강세가 지수를 뒷받침했다.

우리금융이 1만5900원으로 8.53% 급등한 것을 포함해 사흘간 13%나 뜀박질하면서 최근 1년 새 최고 주가로 올라섰다. 대구은행은 1만6400원으로 6% 가까이 치솟으며 2007년 10월16일(1만6800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한지주 역시 JP모건과 메릴린치 등 외국계 창구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가운데 4만3800원으로 3% 넘게 올라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고 KB금융기업은행 하나금융지주 등도 두드러진 오름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와 은행 등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금융업종지수는 892.06으로 4.88% 급등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국가 신용등급에 이어 기업은행 등 일부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들어 외화차입 금리가 크게 낮아지는 등 은행들의 유동성 유입 여건은 이미 크게 좋아졌다"면서 "피치의 등급전망 상향이 이 같은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셈"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피치에 이어 무디스 등 여타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상향이 잇따를 경우 중장기적으로 은행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주가 강세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은행주들이 올 들어 급등했지만 추가 상승할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지난달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했던 점이 부각되며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 이날 기관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규모는 347억원에 그쳤지만 금융업종 순매수 금액은 1572억원에 달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하락세를 보이던 순이자 마진(NIM)이 3분기 들어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는 데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충당금 비율이 높아지는 등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됐다"며 "설령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된다고 해도 지난해와 같은 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조병문 센터장은 "경기선행지수가 지금처럼 꾸준히 상승한다면 현재 1배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주요 은행주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3배 정도까지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0.83배로 떨어졌던 신한지주의 PBR는 최근 1.13배로 올라섰고, KB금융과 우리금융의 PBR도 0.66배와 0.43배에서 각각 0.98배와 0.94배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정욱 연구원은 "향후 2년간 은행들의 이익 성장률이 주요 업종 내 최고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등에서 신한지주와 KB금융의 PBR는 각각 1.3배, 1.2배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은행과 여타 주도주 간 수익률 갭 메우기가 상승 부담에 직면한 증시에는 호재로 꼽힌다. 박중제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IT와 자동차주들이 차익실현 부담을 해소하는 동안 은행주로 매수세가 옮겨가면서 증시 낙폭을 제한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은행주들이 미국 금융주 움직임에 동조화 양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어 해외 증시 등락에 따른 출렁임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