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이 금융당국의 판단대로 결론났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11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는 오후 2시30분 시작,황 회장 측 변호사가 출석한 가운데 밤 늦게까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으나 결국 금감원이 요구한 '직무정지' 결정대로 통과된 것이다.

◆금감원 "은행법 위반"

우리은행은 2004~2007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에 15억8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이 중 90%인 1조6200억원을 손실처리했다. 이 중 황 회장 재임 때 이뤄진 투자로 입은 손실은 1조1800억원이다.

금융감독원은 황 회장이 CDO 등에 투자해 손실을 본 데 대해 은행법 54조를 적용키로 했다. 은행법 54조는 '금융사 임원이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할 때는 업무집행의 정지를 명하거나 주주총회에 대해 해임을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황 회장이 상품설명서에 '유통시장이 형성되지 않을 수 있고 유동성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쓰인 CDO 투자를 감행한 것은 건전성을 크게 해친 행위란 것이다.

또 2006년 투자금융(IB) 담당 부행장의 경영목표를 연초보다 1조원 이상 높여 CDO 투자를 부추긴 것은 은행법 23조의 '경영목표는 이사회의 심의 ·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조항을 어겼다고 보고 있다. 내부 리스크관리위원회 규정을 바꿔 위험성이 높은 투자시 사전협의토록 한 절차를 없애고 5000만달러까지 부행장 전결로 투자할 수 있도록 바꾼 것도 은행업 감독규정 30,31조의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할 것'을 위반했다는 게 금감원 시각이다.

◆황 회장 재심청구 가능성

황 회장은 이날 제재심의위에서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 측 변호사를 통해 "어느 국가도 금융사의 유가증권이나 채권 투자에 대해 손실이 났다고 해서 사후 책임을 물은 사례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본인이 직접 투자 지시를 내린 적이 없고 부행장 전결로 이뤄진 적법한 투자였으며,본인 재임 기간엔 손실이 나지 않았고 후임자가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있었다는 논리를 폈다.

최종 징계는 9일 예정된 금융위에서 최종 확정된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적 경고,문책 경고,직무정지,해임권고' 등 4단계인데 직무정지 이상은 금융위가 결정권을 갖고 있다.

'직무정지' 징계가 확정돼도 황 회장이 현직인 KB금융지주 회장직을 유지하는 데 법적 문제는 없다. 황 회장의 임기는 2011년 9월에 끝난다. 그러나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장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직무정지란 중징계를 당한 사람이 금융지주 회장직을 계속 영위하는 게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연임이나 다른 금융사 이직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13조6)은 '직무정지 징계를 받으면 업무집행정지 종료일로부터 4년간 금융사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3년까지 새로 금융사에 취직할 수 없다는 얘기다. 황 회장 측은 금융위의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적 대응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황 회장에 이어 우리은행장을 맡았던 박해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과 황 회장 시절 수석 부행장을 지냈던 이종휘 우리은행장에겐 사후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이유로 '주의적 경고'가 내려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