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도주로 주식시장을 이끌어 온 IT(정보기술)와 자동차株의 주가가 고점에 다다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면서 향후 주가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부 시장전문가들은 사상 최고가를 연일 갈아치우며 주식시장을 달궜던 IT와 자동차 대표주들의 현재 주가가 수요회복이나 실적개선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된 상태까지 오른 만큼 비중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IT 대표주 중에서는 하이닉스의 고점 논란이 뜨겁다.

반도체 시장 호황을 바탕으로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온 하이닉스에 대해 우려섞인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익실현 구간인지 아니면 추가 상승을 노려야 할 지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우증권은 이날 하이닉스가 그동안 보여준 실적개선이 현재 주가 수준에 충분히 반영됐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송종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DDR3 D램의 주가 기여 수준이 4분기 이후 둔화될 전망이고 계절적 요인의 실적 반영이 약화되는 내년 1분기에는 수급 불균형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DDR2 D램의 가격 상승으로 후발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어 경쟁심화에 따른 하반기 하이닉스의 주가 상승 탄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하이닉스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모두 긍정적"이라면서도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른 기업가치와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후발업체의 공급량 증가, 4분기부터 꺾일 가능성 있는 가격상승 모멘텀을 볼 때 서서히 이익실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株에 대한 과열 경보음도 울리기 시작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이날 한국 자동차주에 대해 주가가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반영했다며 투자의견을 '시장비중'에서 '비중축소'로 낮췄다.

현대차기아차의 투자의견을 모두 '중립'에서 '시장수익률하회'로, 현대모비스는 '시장수익률상회'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은 "한국 자동차주들이 기대감으로 너무나 올랐다"면서 "자동차 수요가 실질적으로 회복되는 시기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자동차와 IT주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판단이지만 외국인들이 서서히 발을 빼는 것을 보면 모멘텀 소진이 거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특히 자동차주는 그동안 상승 추동력이었던 미국시장 점유율이 정책효과가 마무리되면서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있어 IT주들보다는 모멘텀 소진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이 같은 IT와 자동차의 주도주 공백기가 도래할 경우 그린산업 관련주가 '바톤터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4일 오전 9시46분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인방'은 일제히 2-3%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도 전날보다 0.77% 내린 76만8000원에 거래되며 사흘째 조정을 받고 있고, 하이닉스는 5.90%대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