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국가답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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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동북공정ㆍ간도문제 외면 '신사대주의' 비판 못면할 것
'사람답다'는 의미 속에는 여러 복합적 뜻이 담겨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자존심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가답다'는 의미는 역사,문화,철학,전통을 아우르는 국가자존심을 일컫는다.
대학 시절 데모하다 잡혀가 담당 형사에게 들은 얘기는 지금껏 잊혀지지 않는다. "잡혀온 학생 중 겁에 질려 손발이 닳도록 비는 녀석은 따귀 한대 갈기고 싶지만 당당하게 데모 대열에 설 수밖에 없음을 주장하는 녀석은 나중에 저 기세로 어떤 인물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함부로 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은 고구려와 발해역사를 중국역사로 규정하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그래서 고구려 유적을 중국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록했고 근래에는 압록강변의 고구려성이었던 박작성을 파헤치고 2004년 인조 대리석과 시멘트로 급조한 가짜 만리장성을 쌓았다. 그리고 그곳에 호산장성 역사박물관을 지어 고구려와 백제는 본디 중국 땅이었다는 가짜 지도를 내걸었으며 원래 만리장성은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성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고구려 역사가 분명한 박작성에서 산해관까지 가짜 만리장성 2500㎞를 연결하는 중국의 야욕엔 무슨 뜻이 숨어있을까.
어디 그뿐인가. 무려 3조7000억원을 투입해 한민족의 영산(靈山)인 백두산을 대규모 휴양지로 개발해 '창바이산'이란 브랜드로 고착시키려 한다. 또한 기반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50조 위안을 투자해 고속도로와 철도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항의 한마디 하지 않았다. 행여 막대한 경제 타격과 북한 문제에 발목이 잡힐까 지레 겁에 질려 질끈 눈 감고 귀 막고 입을 닫은 것인지도 모른다.
발해는 신당서,구당서 등 수십 권의 중국 역사서가 스스로 밝혔듯 당당한 독립국가요,고구려를 계승한 제국이었음에도 중국은 발해를 당나라의 변방 정권이라고 주장한다. 남쪽에는 신라가 있고 북쪽에는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가 존재했으니 당연히 남북국시대라고 주장하는 게 정당함에도 우리는 일부 양심적 학자들을 제외하고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섬나라나 마찬가지이다. 북한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북이 60여년이나 갈라져 반목하는 것만도 민족의 수치인데 일제강점기에 빼앗긴 간도가 100년 동안이나 침묵하는 대한민국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1909년 9월4일,일제는 대한제국을 제외시킨 채 철도부설권과 탄광채굴권을 얻는 조건으로 간도를 청나라에 넘겨주었다. 이미 일본정부가 밝혔듯 1905년의 을사늑약이 불법이기 때문에 간도협약도 무효임은 자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저 너른 땅 간도는 대한민국 영토가 분명한 것이다. 중국의 간도 영구소유권을 막으려면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100년 시효를 중단 시켜야 한다. 그러나 개인은 제소권이 없고 국가나 유엔단체만 가능한데도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의 얼과 피땀이 서린 간도를 중국에 넘기는 게 민족의 자존심인지,정부의 소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문명 선진국가의 특징은 어떠한 경우에도 민족과 역사의 자존심을 내려놓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모습을 살펴보면 참으로 난망하기 그지없다. 동북공정이나 간도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신사대주의적 굴종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결코 잊지 말라.세계 열방은 주눅 든 국가를 더욱 깔보게 될 거라는 건 역사적으로 수없이 입증된 것이다. 경제적 손실을 각오하고 민족의 자존심을 세운다면 오히려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라는 동서고금의 이치를 우리 정부는 언제쯤 깨닫게 될까.
김홍신 <소설가·건국대 석좌교수>
대학 시절 데모하다 잡혀가 담당 형사에게 들은 얘기는 지금껏 잊혀지지 않는다. "잡혀온 학생 중 겁에 질려 손발이 닳도록 비는 녀석은 따귀 한대 갈기고 싶지만 당당하게 데모 대열에 설 수밖에 없음을 주장하는 녀석은 나중에 저 기세로 어떤 인물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함부로 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은 고구려와 발해역사를 중국역사로 규정하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그래서 고구려 유적을 중국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록했고 근래에는 압록강변의 고구려성이었던 박작성을 파헤치고 2004년 인조 대리석과 시멘트로 급조한 가짜 만리장성을 쌓았다. 그리고 그곳에 호산장성 역사박물관을 지어 고구려와 백제는 본디 중국 땅이었다는 가짜 지도를 내걸었으며 원래 만리장성은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성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고구려 역사가 분명한 박작성에서 산해관까지 가짜 만리장성 2500㎞를 연결하는 중국의 야욕엔 무슨 뜻이 숨어있을까.
어디 그뿐인가. 무려 3조7000억원을 투입해 한민족의 영산(靈山)인 백두산을 대규모 휴양지로 개발해 '창바이산'이란 브랜드로 고착시키려 한다. 또한 기반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50조 위안을 투자해 고속도로와 철도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항의 한마디 하지 않았다. 행여 막대한 경제 타격과 북한 문제에 발목이 잡힐까 지레 겁에 질려 질끈 눈 감고 귀 막고 입을 닫은 것인지도 모른다.
발해는 신당서,구당서 등 수십 권의 중국 역사서가 스스로 밝혔듯 당당한 독립국가요,고구려를 계승한 제국이었음에도 중국은 발해를 당나라의 변방 정권이라고 주장한다. 남쪽에는 신라가 있고 북쪽에는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가 존재했으니 당연히 남북국시대라고 주장하는 게 정당함에도 우리는 일부 양심적 학자들을 제외하고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섬나라나 마찬가지이다. 북한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북이 60여년이나 갈라져 반목하는 것만도 민족의 수치인데 일제강점기에 빼앗긴 간도가 100년 동안이나 침묵하는 대한민국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1909년 9월4일,일제는 대한제국을 제외시킨 채 철도부설권과 탄광채굴권을 얻는 조건으로 간도를 청나라에 넘겨주었다. 이미 일본정부가 밝혔듯 1905년의 을사늑약이 불법이기 때문에 간도협약도 무효임은 자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저 너른 땅 간도는 대한민국 영토가 분명한 것이다. 중국의 간도 영구소유권을 막으려면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100년 시효를 중단 시켜야 한다. 그러나 개인은 제소권이 없고 국가나 유엔단체만 가능한데도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의 얼과 피땀이 서린 간도를 중국에 넘기는 게 민족의 자존심인지,정부의 소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문명 선진국가의 특징은 어떠한 경우에도 민족과 역사의 자존심을 내려놓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모습을 살펴보면 참으로 난망하기 그지없다. 동북공정이나 간도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신사대주의적 굴종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결코 잊지 말라.세계 열방은 주눅 든 국가를 더욱 깔보게 될 거라는 건 역사적으로 수없이 입증된 것이다. 경제적 손실을 각오하고 민족의 자존심을 세운다면 오히려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라는 동서고금의 이치를 우리 정부는 언제쯤 깨닫게 될까.
김홍신 <소설가·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