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영화배우 장진영씨가 37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뒤 위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위생상태가 개선된 데다 짠 음식을 덜 먹고 조기검진도 늘어나면서 발병률과 사망률이 과거보다 낮아졌다지만 위암은 여전히 국내 암 발생률 1위,사망률 3위의 치명적인 질환이다. 위암의 발생요인과 조기발견 요령에 대해 안혜성 서울시립보라매병원 외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암 발생 통계에 따르면 2003~2005년에 신규 발병한 위암은 전체 암 발생건수(39만8824건)의 18.3%로 수위를 차지했다. 또 2007년에 10만563명이 위암으로 사망해 폐암 간암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위암은 지난해 9월 4기암 판정을 받은 뒤 1년 만에 숨진 장진영씨의 투병기에서 보듯 젊다고 안심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무엇보다 위암은 조기 발견이 늦어지기 일쑤다. 병의 경중과 증상이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층에서 특별한 자각 증상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덜컥 위암이 생겼다고 통보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위암은 말기라도 속 쓰린 정도의 가벼운 증상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초기인데도 일생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대개 위암이 진행되면 입맛이 없어지고 체중 감소,상복부의 통증,불편감,팽만감 등이 생기며 원기가 쇠약해지고 의욕을 잃게 된다. 구역질은 하부 위암이 진행된 경우 나타나는 증상으로 약을 먹더라도 호전되지 않거나 며칠 후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진행성 위암에서는 뱃속의 덩어리가 만져질 수도 있고 출혈로 인해 흑색변을 보거나 토혈할 수도 있다. 위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설혹 증상이 있다 해도 약간의 소화불량이나 상복부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로 경미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위암의 명백한 위험요인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식생활.염장한 짠 음식,구운 고기나 생선,자극성이 심하거나 부패했거나 질소산화물을 함유한 음식 등은 삼가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암의 75%가량은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위암환자가 많은 것도 소금에 절인 야채나 생선,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짠 음식은 위점막을 손상시키고 궤양을 일으켜 다른 발암물질의 활성화를 높이는 토대를 제공한다. 또 위점막에 위암 전단계인 만성 위축성 위염을 초래하기도 한다.
둘째는 헬로코박터 파이로리균 감염.WHO는 위점막의 점액층에 주로 서식하는 헬리코박터균을 위암에 대한 1군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우리나라 성인의 70~80%가 이 세균에 감염돼 미국의 30%,일본의 65%보다 훨씬 많다. 헬리코박터는 위궤양,십이지장궤양,만성위염과 관련된 소화불량 및 점막관련(MALT)림프종을 발생시킨다. 헬리코박터 감염만으로 위암이 발병한다고 인정하기에는 아직 의학적 증거가 불충분하지만 감염자는 비감염자에 비해 2.36배 정도로 위암 발생이 위험이 증가한다.
셋째는 흡연.미국 정부와 WHO는 위암을 흡연 관련 암으로 규정하고 있다. 흡연으로 생기는 유해물질은 폐뿐만 아니라 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위암에 걸릴 위험이 2~3배 높다. 그동안 피운 담배 개비 수보다 흡연 시작 연령이 낮을수록 위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넷째는 위암의 전단계 질환인 만성 위축성 위염,악성 빈혈,장상피 화생(정상 위점막세포가 염증으로 소실된 후 장세포의 특성을 가진 점막세포로 대체됨),선종성 용종(선조직에서 유래한 사슴뿔 모양의 양성종양) 등이다. 일반적으로 만성위축성 위염이 위암으로 진행되는 데 약 15년이 걸린다. 위궤양으로 위를 부분 절제한 경우 남아있는 위에서 위암이 발생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6배 정도 높다.
이 밖에 가족력을 꼽을 수 있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비슷한 생활습관과 스트레스를 가진 가족들은 동일한 위암 발생조건에 놓여 있다. 위암 환자의 2세는 위암 발생의 가능성은 평균치보다 3~4배 높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위암은 내시경 초음파검사나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조그마한 병변까지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위암은 방치되면 위벽 내부와 림프절을 따라 간,췌장,횡행결장 및 결장간막 등 인접 장기로 퍼지거나 혈류를 타고 간,폐,뼈 등으로 전이될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97%가 절제수술과 항암제 투여를 통해 완치될 수 있다. 그러나 40세 이상 위암 검진율은 53.5%(2008년 국립암센터 조사)에 불과하다. 위암 발생이 많은 한국에서 40세 이상은 소화기 증상이 없더라도 1~2년에 한 번씩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40세 이전이라도 지속되는 소화기 증상이 있거나 가족 중 위암 환자가 있다면 주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위암 예방 7대 생활수칙
1.태운 육류나 생선은 먹지 않는다.
2.소금에 절인 식품,짠 음식을 피한다.
3.방부제나 식용색소가 든 음식은 피한다.
4.딱딱하거나 뜨거운 음식을 삼간다.
5.녹황색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다.
- 위암 예방식품 : 녹황색 채소 및 과일, 콩 가공식품(두부, 된장, 콩나물 등), 유제품(우유, 요구르트 등), 해조류(김, 파래, 미역), 마늘,인삼,현미 등
6.금연한다.
7.운동 등 나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