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와 기관지가 염증으로 굳어지는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숨이 찼던 박모씨(45)는 석 달 전 가래에 피가 비쳐 인하대병원 폐암센터를 찾았다. '폐암 1기'판정이 나와 경악했지만 초기라는 말에 안도했다. 그러나 폐기능이 워낙 나빠서 폐를 잘라내는 수술은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실망이 컸지만 절제술 대신 사이버나이프를 이용한 방사선 수술을 권유받고 치료에 응한 결과 현재까지 큰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

김모씨(37)는 두 달 전 몇 달간을 약을 먹어도 기침이 나아지지 않아 이 센터에서 기관지내시경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폐암세포가 기관지 점막에 있다는 의료진의 얘기에 두려웠지만 빛으로 암세포를 선별적으로 없애는 광역동치료(PDT)를 하고 나서 암세포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인하대병원 폐암센터는 지난 5월 말 국내 처음으로 폐암만을 치료하는 전문 의료기관으로 출범했다. 6명의 폐암내과 전문의와 3명의 외과수술진 등 총 17명의 의료진이 폐암진료에만 매달리면서 첫 방문 후 1주일 내에 폐암을 진단 · 치료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센터는 전국에서 몇 대 없는 최신 폐암 진단기기를 갖췄다. 기관지내시경 초음파는 기관지 림프절을 타고 외부로 전이되는 미세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내시경은 지름이 아주 가는 세엽기관지까지 들어가므로 웬만한 폐암을 발견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또 예전에는 폐암의 전이여부를 판명하려면 전신마취 후 목을 째야 했지만 내시경초음파는 이런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

자가형광기관지내시경은 형광의 산란각도 양상을 보고 기관지 점막의 변화를 감지함으로써 조기 진단에 도움을 준다. 조영제를 투여하지 않아도 되는게 큰 이점이다. 협대역 영상진단시스템은 기관지 모세혈관의 분포를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폐암 의심 병변까지도 판별해낸다.

치료 측면에서도 '3기a' 단계까지 절제수술로 폐암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 초기일 경우 사이버나이프와 PDT로,진행성폐암은 냉동치료기 등을 이용한 비수술적 방법으로 치료에 나서고 있다. 특히 냉동치료기는 영하 60~70도로 폐암 부위를 급속 냉동시킴으로써 비록 폐암을 근치하진 못하지만 증상의 진행을 지연 ·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류정선 폐암센터 소장(호흡기내과)은 "조기발견에 필요한 최신기기와 환자에게 출혈 통증 흉터를 남기지 않는 첨단치료기법을 거의 모두 도입했다"며 "경인권을 비롯한 전국의 폐암환자는 꼭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지 않아도 얼마든지 우리센터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