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곳곳 또 시위…건국 60주년 앞둔 中 긴장
중국이 오는 10월1일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또다시 긴장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7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족 독립시위로 200여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여 만인 지난 3일 한족 수만명이 위구르족의 주사기 테러에 항의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 시위로 5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앞서 자녀의 납중독에 항의하는 부모들의 시위가 잇따르는가 하면 국영기업의 민영화에 반대하는 폭력시위까지 터지고 있다. 지난해 티베트 독립 유혈사태와 실직자들의 시위가 빈발한 데 이은 것으로,중국 지도부를 향해 정치적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대형 폭풍)'이 몰려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족분규 재연된 신장

3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서 한족 수만명이 벌인 가두 시위는 지난달 중순 이후 위구르족이 주사기로 한족을 찌르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게 발단이 됐다. 한족들은 한 남자가 5세 소녀를 주사기로 공격했다는 소문에 격분했다. 낭설로 판명났지만 위구르족이 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주사기로 테러를 가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신장 보건당국은 지난 2주간 주사기에 찔려 병원에 간 사람만 476명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433명이 한족이라고 신장 언론은 전했다.

한족들은 당국이 사전에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신장의 1인자인 왕러취안 당서기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들은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온 왕 서기를 향해 생수병 등을 던지기도 했다. 일부 한족이 시위 과정에서 위구르족을 구타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무장경찰을 배치하고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을 유도한 가운데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집회와 시위에 대한 전면 금지령을 내렸고,도검과 폭발물 소지도 엄격히 통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4일에도 1000여명의 한족이 시위를 벌이고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등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소수민족 달래기 차원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신장을 방문,사회안정을 강조한지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번 시위가 터져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고속 성장의 대가

게다가 최근 중국에선 환경오염과 국영기업의 민영화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산시성과 후난성에서는 인근 납 공장으로 인해 어린이들이 대거 납에 중독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에 항의하는 폭력시위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공장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관리와 공장 책임자들도 처벌받았다. 푸젠성에서는 지난달 31일 정유공장의 오염물질 배출에 항의하는 시민 1만여명이 2000명의 경찰과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국영기업의 민영화도 잇단 시위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난 7월 지린성에서는 국유기업인 퉁화철강 근로자 1만여명이 민영화를 반대하며 공장을 점거,결국 민영화 계획을 무산시켰다. 시위 과정에서 인수 주체 민영기업의 책임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후난성에선 국유 석탄회사의 민영화에 항의하는 광부 5000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고성장 비용을 치르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개혁 · 개방 이후 20배 수준으로 늘었지만 이는 환경오염과 빈부격차를 대가로 한 것이라며 최근 잇단 시위는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높아지는 사회적 긴장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