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전·현직 은행장 징계] 황영기 파생상품 투자 왜 1조원 넘게 손해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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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산값 7% 떨어져도 전액 손실 보는 CDO 투자
유통시장 아예 없어…손절매 불가능해 속수무책
시장 불안할 때 수수료 노리고 CDS 투자…피해 키워
유통시장 아예 없어…손절매 불가능해 속수무책
시장 불안할 때 수수료 노리고 CDS 투자…피해 키워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이 금융인으로는 사형 선고와 다름없는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게 됐다. 2004년 3월부터 3년간 우리금융회장 및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 투자한 파생상품에서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은 것이 발단이 됐다.
황 회장 측은 4일까지 이틀간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전대미문의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빚어진 투자 손실이라는 방어논리를 펼쳤지만 심의위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연 황 회장이 주도한 우리금융의 파생상품 투자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일까.
◆CDO,도대체 어떤 상품이기에
우리은행이 투자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은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등 기초자산을 풀링(pooling · 집합화)시킨 뒤 이를 위험도별로 분류해 유동화시킨 채권이다.
이 상품의 특징은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최하위 단계의 CDO를 산 투자자부터 손실을 전액 떠안는 종속형 구조를 띤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의 가격이 5% 떨어질 경우 하위 5%의 CDO 가격도 제로가 되는 식이다. 우리은행이 투자한 CDO의평균등급은 하위 12%에 해당,기초자산의 부도율이 12%만 되더라도 전액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신용등급'A'상품이 대부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CDO의 신용등급은 일반채권과 다르다"면서 "표면상 'AAA'라고 하더라도 실제 기초자산의 신용등급은 'BBB'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은행이 씨티와 메릴린치 등에서 매입한 CDO는 만기 7년짜리로 연간 수익률은 리보(런던은행간금리)+150~325bp(100bp는 1%)였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엄청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말 그대로 '고위험 고수익'상품이었고,우리은행은 CDO에 3000만~5000만달러씩 30여 차례에 걸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투자한 CDO는 헤지펀드와 같이 고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를 위한 것으로 원금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은행이 매입해서는 안되는 상품이었다"며 "이를 알고 투자했다면 배임이,모르고 투자했다면 과실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손절매는 불가능했나
황 회장 측은 자신이 우리은행장에서 물러난 2007년 이후 후임 행장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손실이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그러나 우리은행이 CDO 자체가 투자를 결정하면 만기 때까지 보유하는 투자상품으로 유통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입 당시부터 알고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금감원이 입수한 CDO 투자 약관에는 '세컨더리 마켓(유통시장)이 형성되지 않을 수 있고 투자자에게 유동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이와 관련된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만 구입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IB업무 담당자는 "왜 당시 유독 우리은행과 농협만 집중적으로 CDO를 매입했겠느냐"면서 "메릴린치 등 외국계 IB들이 우리에게도 엄청나게 찾아왔지만 '환매가 안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는 투자할 수 없다'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더구나 미국 부동산 시장이 2006년부터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모기지증권(MBS)시장이 흔들리고 2007년부터는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CDO도 타격을 입기 시작해 황 회장 퇴임 후인 2007년에는 어떻게 손을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CDS 투자로 손실 더욱 키워
더 큰 문제는 CDO 시장의 붕괴가 감지된 2006년부터 우리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에 대한 투자도 본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CDS는 말 그대로 모기지 관련 채권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원금을 보장해 주겠다는 일종의 보험증서다. 골드만삭스와 씨티 등이 모기지 시장의 위험을 감지하고 투자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내놓은 일종의 보험상품을 우리은행이 겁없이 덥석 받아줬다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당시 해외 IB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CDO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CDS를 팔고 있었다면 그보다 신용도가 낮은 CDO를 갖고 있는 우리은행으로서도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상식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판매 금액의 0.5%에 해당하는 보증수수료를 '먹기' 위해 CDS 투자를 감행,결국 원금 전액을 대신 물어주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맞게 됐다. 우리은행이 투자한 CDS는 6억달러 수준으로 CDO 투자금액 10억달러의 절반을 훨씬 웃돈다.
이번 사건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직무정지' 결정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과정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부터 면밀히 확인한 뒤 법적인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황 회장 측은 4일까지 이틀간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전대미문의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빚어진 투자 손실이라는 방어논리를 펼쳤지만 심의위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연 황 회장이 주도한 우리금융의 파생상품 투자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일까.
◆CDO,도대체 어떤 상품이기에
우리은행이 투자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은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등 기초자산을 풀링(pooling · 집합화)시킨 뒤 이를 위험도별로 분류해 유동화시킨 채권이다.
이 상품의 특징은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최하위 단계의 CDO를 산 투자자부터 손실을 전액 떠안는 종속형 구조를 띤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의 가격이 5% 떨어질 경우 하위 5%의 CDO 가격도 제로가 되는 식이다. 우리은행이 투자한 CDO의평균등급은 하위 12%에 해당,기초자산의 부도율이 12%만 되더라도 전액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신용등급'A'상품이 대부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CDO의 신용등급은 일반채권과 다르다"면서 "표면상 'AAA'라고 하더라도 실제 기초자산의 신용등급은 'BBB'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은행이 씨티와 메릴린치 등에서 매입한 CDO는 만기 7년짜리로 연간 수익률은 리보(런던은행간금리)+150~325bp(100bp는 1%)였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엄청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말 그대로 '고위험 고수익'상품이었고,우리은행은 CDO에 3000만~5000만달러씩 30여 차례에 걸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투자한 CDO는 헤지펀드와 같이 고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를 위한 것으로 원금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은행이 매입해서는 안되는 상품이었다"며 "이를 알고 투자했다면 배임이,모르고 투자했다면 과실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손절매는 불가능했나
황 회장 측은 자신이 우리은행장에서 물러난 2007년 이후 후임 행장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손실이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그러나 우리은행이 CDO 자체가 투자를 결정하면 만기 때까지 보유하는 투자상품으로 유통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입 당시부터 알고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금감원이 입수한 CDO 투자 약관에는 '세컨더리 마켓(유통시장)이 형성되지 않을 수 있고 투자자에게 유동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이와 관련된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만 구입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IB업무 담당자는 "왜 당시 유독 우리은행과 농협만 집중적으로 CDO를 매입했겠느냐"면서 "메릴린치 등 외국계 IB들이 우리에게도 엄청나게 찾아왔지만 '환매가 안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는 투자할 수 없다'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더구나 미국 부동산 시장이 2006년부터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모기지증권(MBS)시장이 흔들리고 2007년부터는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CDO도 타격을 입기 시작해 황 회장 퇴임 후인 2007년에는 어떻게 손을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CDS 투자로 손실 더욱 키워
더 큰 문제는 CDO 시장의 붕괴가 감지된 2006년부터 우리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에 대한 투자도 본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CDS는 말 그대로 모기지 관련 채권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원금을 보장해 주겠다는 일종의 보험증서다. 골드만삭스와 씨티 등이 모기지 시장의 위험을 감지하고 투자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내놓은 일종의 보험상품을 우리은행이 겁없이 덥석 받아줬다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당시 해외 IB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CDO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CDS를 팔고 있었다면 그보다 신용도가 낮은 CDO를 갖고 있는 우리은행으로서도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상식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판매 금액의 0.5%에 해당하는 보증수수료를 '먹기' 위해 CDS 투자를 감행,결국 원금 전액을 대신 물어주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맞게 됐다. 우리은행이 투자한 CDS는 6억달러 수준으로 CDO 투자금액 10억달러의 절반을 훨씬 웃돈다.
이번 사건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직무정지' 결정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과정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부터 면밀히 확인한 뒤 법적인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