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테크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남들처럼 따라하는 투기가 아닌 정확한 지식과 정보로 무장하는 투자라야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

부동산 투자로 10여년 만에 수십억원대의 자산을 모은 이여정씨(38)가 말하는 부동산 재테크 투자 비법이다. 어찌보면 단순하지만 '고수'의 기가 느껴진다. 그는 요즘 한창 잘나가는 '골드싱글'이다. 그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의 재산과 타이틀만 보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는 20대 후반 부동산 공인중개사로 출발해 지난 10년간 험한 부동산 업계에서 나름대로 잔뼈가 굵었다. 그동안의 고충을 들어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는 부동산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반값 경매 정석'을 출간했다. 그는 현재 부동산토탈에셋 매니저와 재테크 강사로 활동 중이다.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부동산 업계에 종사한 지 10년 정도 되니 여유가 좀 생겼다"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경매 물건을 보러 돌아다니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고 말했다.

그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부동산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7살이던 1998년.인천에서 가장 큰 부동산 컨설팅업체에 들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20대의 젊은 여성이 부동산 업계에 뛰어드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처음에는 부동산 중개에서 가장 단순하다는 월세 중개부터 시작했다. 그는 "항상 고객에게 집을 소개하기 전에 '내가 살고 싶은 곳인가'를 떠올렸다"며 "반지하 월세방을 소개하더라도 향수를 뿌리고 슬리퍼를 놓는 등 사소한 데까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그가 남들이 못 파는 물건까지 팔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주택 중개만 하던 이씨는 우연한 기회에 경매에 관심을 돌리게 된다. 전세 살던 신혼부부의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된 것.도움을 요청하는 신혼부부를 위해 이씨는 직접 경매에 나섰다. 결국 80만원 차이로 경매로 넘어간 집을 낙찰받았다. 덕분에 신혼부부는 살 집을 빼앗기지 않았다.

"낙찰을 못 받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때 경매의 짜릿함을 느꼈어요. 게다가 고객이 너무 좋아했어요. "

이씨는 이를 계기로 경매의 매력에 빠졌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경매 공부도 시작했다. 경매는 일반적인 부동산 중개보다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그는 인천 지방 경매 법정의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렸다. 실전 경험도 차곡차곡 쌓았다. 4년 전부터는 권리관계가 복잡한 특수경매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경매를 하면서 여성의 장점도 십분 활용했다. 경매 물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접 현장을 방문해 분석하는 것은 필수 코스.하지만 경매로 넘어간 집에 사는 사람들은 집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낯선 사람이 집 좀 보여달라면 덜컥 겁이 나고 괜히 집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씨는 박카스를 한 박스를 사들고가서 웃으면서 집 보러왔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여성인 그에게 경계심을 풀고 흔쾌히 집 보는 것을 승낙했다. 또 '경매의 꽃'이라는 명도(거주자를 내보내는 일)를 할 때도 웬만하면 법 집행을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이 같은 그의 세심한 배려는 부동산 업계에 뛰어들기 전에 경매브로커에 돈도 날리면서 자신의 집이 경매로 처분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대 후반에 종자돈 3000만원을 모아 다세대 주택에 첫 투자를 했다. 다세대 주택을 사고팔며 시세차익을 남긴 그는 한때 10채를 보유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인천의 다세대주택의 경우 2000만원으로 1년 만에 1000만원 이상이 남는 때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세대 투자로 10억원가량을 모은 뒤에는 상가투자로 큰 이익을 봤다. 현재는 소유한 부동산 가운데 토지 비중이 가장 높다.

그는 "30대 초반부터 돈이 모이기 시작했으며 운도 따랐다"며 "하루라도 빨리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와 투기는 차이가 크다고 그는 강조했다.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갖고 들어가는 게 투자라면,남들 말만 듣고 줏대없이 따라하는 것은 투기라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투자 초보자의 경우 자신이 잘 아는 지역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씨는 "수익률이 높은 게 좋은 물건이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을 선택해야 한다"며 "1억원밖에 없는데 5억원짜리를 샀다가 나머지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면 결코 좋은 물건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3000만원이면 큰 부담없이 빌라나 소형 아파트에 투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몇 채의 주택을 사든 양도세가 누진세율이 아닌 일반 세율이 적용되므로 지금이 부동산투자의 적기"라며 "무주택자라면 내년까지 무조건 집을 사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변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경매에 뛰어들려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얘기에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충고했다. 경매도 직장생활과 충분히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투자는 하루종일 하는 일이 아니며 여유 시간을 활용하면 충분하다"며 "관심만 있다면 주말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경매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