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달덩이처럼 풍만하고 미소 띤 조선의 백자 달항아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만의 걸작품이다. 아무 장식이 없는 백색에다 곡선미의 융숭함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

20여년간 전통 백자 달항아리를 재현해온 젊은 도예가 강민수씨(38)가 9~25일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작품전을 갖는다. 단국대 도예과 출신인 강씨는 1998년 국제 공예공모전을 비롯해 사발 공모전,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 잇달아 입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강씨가 두 개의 반구(半球) 모양을 이어붙여 높이 60㎝ 안팎의 달항아리를 만들고 표면의 매끄러운 질감을 만들어내는 데는 1990년 이후 거의 20년이 걸렸다.

가마에서 아래 위 이음매가 터지거나 두께가 맞지 않아 주저앉기를 수백 번.2001년에 경기도 광주에 가마터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면서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올해까지 나온 완성품이 겨우 100여개 남짓일 정도로 스스로에게 까다롭다.

어린시절 열병을 앓아 말을 더듬는 강씨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서 감을 얻었지만 어떻게 해서 비법을 찾게 됐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삶과 비슷하다고나 할까"라고 말했다.

강씨의 달항아리들은 현존하는 조선 달항아리가 높이 48㎝ 정도인 데 비해 55~60㎝까지로 좀 크지만,어떤 것은 풍만하고 어떤 것은 홀쭉하며 흙과 사람이 어우러지면서 만들어낸 다양한 대칭 모양 등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달항아리는 큰 사발형태 두 개를 만들어 제작합니다. 위와 아래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도 어렵거니와 잘 접합했다하더라도 한쪽으로 기울거나 뒤틀리는 일이 많거든요. "

전통 장작가마를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는 "나름의 노변(爐變 · 불의 조화)의 스릴을 즐기는 장점도 있다. 전통과 현대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 같은 것이다. 어딘가 닮았지만 다른 무엇이 아들에겐 있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전통 추종이나 전통 단절 모두 순리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의 달항아리와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전국을 돌며 흙을 가져다 실험하고 있다.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의 형태나 유약의 비법은 어느 정도 감이 잡히지만 흙을 사용하는 데는 여전히 어렵더군요. 전남 강진 · 무안을 비롯해,강원도 양구,자신의 작업장과 가까운 경기도 광주 등지에서 가져온 흙으로 60㎝가 넘는 항아리를 빚어냅니다. 그리곤 작업장 가파른 언덕에 세운 쌍 굴뚝을 가진 세 칸짜리 가마에 넣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불을 지피는 일을 계속하고 있고요. "

강씨는 내년에 미국 일본 등지에서 순회전도 열 계획이다.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