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서울 50%,기타 수도권 지역 60%로 강화해 주택담보대출 조이기에 나서기로 하자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다만 각 지역에 따라 현장 분위기는 큰 차이를 보였다.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른 서울 강남이나 용산,경기도 과천 등 '버블세븐' 지역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올랐던 서울 강북지역의 경우 DTI 규제에 대한 타격이 큰 편이다.

특히 서울 강북지역에서는 그동안 전셋값 강세로 인해 전세 대신 매매 수요로 돌아섰던 실수요자들이 대출 규제 조치로 움찔하는 모습이다. 이곳은 '버블세븐' 지역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기 때문에 아무래도 DTI 규제에 따른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노원구 상계동의 P공인 대표는 지난 5일 "대출을 끼고 집을 사려 했던 수요자들이 원하는 만큼 대출이 안 될까봐 걱정이 많다"며 "최근 전세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면서 집값이 오르고 있던 상황인데 이번 조치로 상승세가 멈출 것 같다"고 예상했다. 도봉구 도봉동 U공인 관계자도 "주말 내내 매수 문의 전화를 한 통도 못 받았다"며 "대출을 조인다니 집을 사겠다던 매수자들이 모두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있는 한 부동산 사무실은 오히려 차분했다. 앞으로의 시장 영향을 묻는 투자자들의 전화만 간간이 걸려오는 정도였다.

한경 베스트공인중개사인 송혁규 YES국제타운공인 대표는 "앞으로 상승할 거라는 기대감이 높아 집주인들이 매물을 많이 내놓지 않고 있다"며 "작년 금융위기 이후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사려는 투자자들의 비중도 많이 줄어 큰 변화를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5억원 상당의 용산구 원효로 빌라에 투자하려던 한 손님의 경우 최근 현금만 4억원을 갖고 왔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과천 주공2단지 내 오렌지공인의 박강호 대표는 "이미 DTI 규제를 적용받던 강남지역에서 그동안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는 점을 볼 때 이번 DTI 규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과천은 DTI 60%가 적용돼 50%로 묶인 서울에 비해 강도도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이번 조치는 쉽게 말해 능력이 안 되면 집을 사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소득에 따라 지역별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도 "현재 담보인정비율(LTV)이 50%(강남 3구 제외 서울 · 수도권 지역)로 묶인 상태에서 DTI를 규제하더라도 차입기간을 늘리면 기존과 큰 차이 없이 은행 돈을 빌릴 수 있다"며 "정부가 집값 상승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 말고는 중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호기/성선화 기자 hglee@hankyung.com